■ 도미니카에 0-3 패배… VNL서 5경기 연속 완패

모든 경기서 단 한세트 못따
참가 12국중 유일한 전패팀

김연경 등 주축 선수 은퇴
‘도쿄4강’지휘 감독도 떠나
세대교체·선수관리 다 엉망
2024 올림픽 출전도 가시밭


도쿄올림픽 4강의 영광을 누렸던 여자배구대표팀이 와르르 무너지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국제 대회에서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고 5경기 연속 패배의 굴욕을 당하고 있다. 아무리 김연경(사진)이 은퇴했다고 하지만 세대교체와 선수관리에 실패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16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도미니카공화국과의 2022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2주차 예선 1차전에서 0-3(21-25, 17-25, 13-25)으로 완패했다.

앞선 1주차 4경기에서 모두 패한 대표팀은 나란히 4패를 기록했던 도미니카공화국에 무릎을 꿇고 올해 VNL에 참가한 12개국 중 유일한 전패팀이 됐다. 블로킹은 8-6으로 앞섰지만 공격 득점에서 28-41로 차이가 컸다. 범실도 26-14로 훨씬 많았다. 정호영(KGC인삼공사)이 블로킹 5개를 잡으며 10득점했고, 김희진(IBK기업은행)이 8득점을 보탰으나 역부족이었다.

이번 VNL은 한국 여자배구가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보여주고 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 체제로 지난해 도쿄올림픽 4강 진출의 쾌거를 맛본 이후 불과 10개월 만에 국제무대에서 혹독한 패배가 계속되는 중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채 세대교체가 급격하게 이뤄졌다는 점이다. 배구협회는 도쿄올림픽이 끝난 뒤 라바리니 감독과 향상된 조건으로 재계약을 추진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결국 라바리니 감독을 보좌했던 세자르 곤살레스 코치에게 감독직을 맡겼다. 바키프방크(터키)의 코치이기도 한 곤살레스 감독은 소속팀 일정을 소화하느라 VNL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는 지난달 24일 입국한 뒤 27일 VNL 1주차 경기가 열리는 미국으로 떠났다. 곤살레스 감독이 없는 진천선수촌에 소집된 대표팀을 지휘한 것은 이동엽 수석코치 등 국내 지도자였다.

김연경 등 핵심선수 은퇴까지 겹쳤다. 최근 10년 넘게 한국 여자배구의 간판으로 활약한 김연경뿐 아니라 주전 센터였던 김수지(IBK기업은행)와 양효진(현대건설)이 대표팀을 떠났다. 이들의 은퇴 시 전력 약화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세대교체 준비가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다.

선수의 관리도 문제다. 부상으로 많은 대표급 선수의 소집이 무산된 가운데 정지윤(현대건설)은 훈련 도중 왼쪽 종아리 피로골절로 하차했다. 사실상 유일한 라이트 공격 자원인 김희진은 아픈 몸을 이끌고 경기에 나서고 있다. 리베로 노란(KGC인삼공사)은 VNL 2주차 경기를 앞두고 아킬레스건이 파열돼 브라질 현지에서 수술을 받았다. 한 달 넘게 미국과 브라질, 불가리아를 이동하며 12경기를 치르는 일정이라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가 중요하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대표팀은 2024 파리올림픽 본선 진출을 목표로 한다. FIVB는 기존 대륙별 출전권 배분 방식에서 벗어나 세계랭킹과 올림픽 예선을 통해 본선 출전권을 주기로 했다. 국제대회 성적을 통한 꾸준한 랭킹 관리가 필수다. 하지만 대표팀은 VNL 1주차 4연패로 14위에서 16위로 추락했다. 도미니카전 패배 이후 남은 7경기에서 반등하지 못하면 추가 순위 하락이 유력하다. 파리올림픽엔 개최국 프랑스를 포함해 총 12개국이 출전한다. 내년에 열리는 올림픽 예선을 통해 6개국이 결정되고, FIVB 랭킹에 따라 나머지 5개 팀에게 출전권이 주어진다. 현재로선 올림픽 출전권 확보도 어려워 보인다.

한유미 KBSN 해설위원은 “현 상황이 선수만의 책임은 아니다. 감독 교체, 핵심자원의 이탈에 따른 과도기라고 봐야 한다”며 “이번 대회는 테스트 기간이라고 봐야겠지만, 김연경의 공백은 선수와 지도자, 구단 등 모든 배구 관계자가 다 같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고 조언했다.

오해원 기자 ohwwho@munhwa.com
오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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