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트 코로나 시대, 복지 해법 찾아라 - (上) 교육 불평등 해소
방과후학교 등 제대로 작동못해
사교육 의존도 심해진 상황서
부모 소득별 학업격차 심화돼
기기 부실·주거 공간 협소…
온라인 수업 이해 못한 비율
저소득층 학생이 2배 더 높아
교육환경·과정·결과 등 파악
불평등 대처 정책 처방 절실
2년여간 전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의 끝이 보이고 있지만, 극복 과정에서 나타난 경제적, 사회적 부작용은 적지 않다. 정부가 주요 정책을 코로나19 방역과 예방 등에 집중하면서 달려오는 동안 미처 돌보지 못한 취약계층에 대한 문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우리 사회가 해소해야 했던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가 재난적 위기를 겪으면서 더 심화했기 때문이다. 일상회복 이후 복지 안전망을 재정비한다고 해도, 이미 더 크게 벌어진 사회적 간극을 봉합하는 데는 오랜 기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적 위기 상황이 언제든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가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매번 취약계층이 겪어야 할 위기는 더 크게 나타나고, 이는 심각한 사회 갈등으로 확산할 수밖에 없다. 문화일보는 아산사회복지재단과 공동기획을 통해 재난적 위기가 가져온 불평등 심화 현상을 고찰하고, 사회 복지적 대응방안을 2회에 걸쳐 모색하고자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인류의 일상생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지만, 그중에서도 교육 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심각하다. 교육불평등(educational inequality)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수업이 장기화되면서 취약계층 자녀들이 더욱 심각한 학습손실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들어 각종 연구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취약계층은 온라인교육 기기의 부실, 돌봄 환경의 부실, 부모의 교육지원 시간 및 역량의 부족, 사교육비 지출능력 부족, 공간 등 학습 환경의 부실함 등을 겪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이러한 교육불평등은 건강불평등, 고용불평등, 정보불평등 등 다양한 형태의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는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켜 사회갈등이 증폭되고 사회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지원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복지안전망 구축 방안’ 연구를 수행한 김순양 영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현시점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교육불평등의 실태를 교육환경, 교육과정, 교육결과 등의 전반에서 파악하고, 이에 대처하기 위한 정책적 처방을 모색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취약한 교육 기회, 환경, 조건=교육불평등은 교육의 기회, 교육의 조건, 교육자원의 배분이 교육대상자에게 불공평하게 이뤄지며, 교육결과에서도 불평등이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코로나19의 장기화는 먼저 취약계층의 교육을 책임져온 공교육의 부재를 가져왔다. 코로나19로 방과후학교, 드림스타트 등 취약계층아동을 위한 보충교육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으며, 지역아동센터 등 지역사회 단위의 공교육기능이 멈췄으며, 도서관 등 공공교육시설도 폐쇄됐다.
취약계층의 자녀들은 공교육 부재에 따라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거시적인 환경은 그렇지 않았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취약계층이 많이 고용됐던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의 경제상태가 매우 열악해지면서, 취약계층 부모들이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탓이다. 사교육도 가격이 저렴한 대형 강의는 코로나19로 제한됐던 탓에 소규모 고액과외를 받을 수 있는 부유층 학생들과 그렇지 못한 저소득층 학생들 간의 사교육 차이는 더 커졌다.
코로나19로 늘어난 재택근무도 교육불평등을 가속화했다. 재택근무는 대체로 전문직, 사무직, 정보기술(IT) 업종,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대기업 등이 유리한 근무형태다. 주로 정규직이며, 대부분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계층들이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부모들은 자녀 돌봄, 학습지원, 학습감독 등이 쉽다.
반면, 취약계층은 대부분 현장근무자, 육체노동자, 생산직, 비정규직, 음식업종 등 재택근무가 어려운 업태나 직종에 종사한다. 이들은 등교하지 않은 자녀에 대한 돌봄, 학습지원 등이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특히 자기주도학습 능력이나 자기통제력이 부족한 저학년들일수록 이런 격차는 더욱 컸다.
교육 환경도 비대면 온라인학습은 주의집중을 할 수 있는 공간 확보가 중요한데, 저소득층의 경우는 대부분 주거공간이 협소해 자녀를 위한 쾌적한 학습공간을 마련하기가 어려웠다.
◇소득에 따라 더 심화된 학업격차=교육불평등에 따른 결과는 각종 설문조사에서 확인되고 있다. 통계청의 ‘한국사회동향 2021’을 보면, 초중고 모두 저소득가정 학생일수록 ‘온라인수업에서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그대로 넘어간 학생의 비율’이 높았다. 특히, 중학생의 경우 가정형편이 하(下)인 경우 이 비율이 25.3%로 중(中) 9.8%, 상(上) 8.5%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높았다.
‘디지털기기의 성능으로 수업에 방해를 받은 비율’도 가정형편이 하인 학생이 초 28.9%, 중 33.0%, 고 27.1% 등으로 부유한 가정의 학생보다 그 비율이 모두 2배 이상으로 높았다. ‘디지털기기를 학습 외에 사용하는 초등학생 비율’ 역시 가정형편이 하인 경우 62.8%, 중 53.0%, 상 43.8% 등으로 저소득가정 학생일수록 높았다. 취약계층 학생일수록 디지털기기로 게임 등 오락에 사용하는 비율이 높다는 의미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대부분 교육불평등 지표에 해당하는 교육격차가 심화했으며, 기초학습부진 학생도 증가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강득구 의원실이 지난해 9월, 전국 유치원 및 초·중·고 교원, 학생, 학부모 2만254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 이후의 교육 실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의 교육격차가 심화됐다고 보는가?’ 질문에 71.1%(매우 그렇다 26.7%, 그렇다 44.4%)가 심화됐다고 응답했다. ‘기초학습부진 학생이 증가했는가?’에 대한 응답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72.8%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서울시교육청(2020)이 학생, 학부모, 교사, 일반시민으로 구성된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이후의 학습격차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조사대상자의 96.0%가 코로나19로 인해 학습격차가 확대됐다고 응답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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