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금속공예의 화려함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만, 극세공(極細工)의 정교함까지 갖췄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육안으로는 문양을 전혀 알아볼 수 없으나 현미경으로 보면 섬세하게 새겨진 새와 꽃 모양을 볼 수 있습니다. 현대 장인도 제작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작품입니다. 복원 작업에 참여한 연구자로서 가슴이 설렙니다.”
어창선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연구관은 16일 이렇게 말했다. 연구소는 이날 8세기 통일신라 ‘금박 화조(花鳥)유물’(사진)을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지난 2016년 경주 동궁과 월지 ‘나’ 지구 북편 발굴조사에서 출토한 것이다. 유물 두 점이 약 20m 거리를 두고 발견됐는데, 보존처리 과정을 통해 당초 한 개체였던 8세기 신라 장식물임을 확인했다.
종이처럼 얇게 편 금박은 가로 3.6㎝, 세로 1.17㎝, 두께 0.04㎜의 크기이다. 순도 99.99%의 순금 0.3g이 사용됐다. 금박 표면에 머리카락 굵기인 0.08㎜보다 얇은 0.05㎜ 이하의 선을 무수히 그어 새 두 마리와 꽃들을 그렸다. 문양에는 서역과의 교류 흔적이 있어 고대 문화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어 연구관은 “멧비둘기로 확인된 새와 꽃 그림은 당시 교류했던 서역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문양의 섬세함은 신라만이 지닌 고유한 특성”이라고 했다.
연구소 조사단에 따르면, 꽃을 위에서 본 듯이 문양을 새기는 단화(團華)는 경주 구황동 원지의 금동경통장식, 황룡사 서편 절터에서 출토된 금동제 봉황장식 등에도 있다. 통일신라시대 특유의 장식 문양이라는 것이다. 연구소는 “조각 기법과 문양을 바탕으로 유물을 ‘선각단화쌍조문금박’(線刻團華雙鳥文金箔)으로 명명했다”며 “국내 유물 중 가장 정교한 세공술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