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동 논설위원

정치철학이나 성격 등 많은 부분에서 대척점에 서 있는 윤석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 초기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 공석 상태’에서 임명한 공통점이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취임 9일 뒤인 2017년 5월 19일 윤석열(사법연수원 23기) 당시 대전고검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했다. 검사장도 아닌 ‘일개’ 차장검사를 고참 고검장이 가는, 검찰총장 다음으로 중요한 자리에 파격적으로 승진 발탁한 것이다. 전임 이영렬 중앙지검장보다 다섯 기수나 아래인 전례 없는 ‘기수 파괴’ 인사였다. 이 지검장은 직전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나중에 대법원에서까지 무죄가 난 ‘돈 봉투 만찬’ 사건에 책임을 지고 전날 사표를 던진 상태였다.

김수남 직전 검찰총장은 같은 달 15일 이미 퇴임했고, 총장 대행을 맡던 김주현 대검 차장검사가 19일 사의를 표명한 상태였다.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윤 중앙지검장 임명이 검찰청법 위반이라며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검찰청법 제34조에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고 돼 있어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공교롭게 윤 대통령도 지난달 18일 서울중앙지검장, 대검 차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고위급 요직에 대한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핵심 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하루만으로, 조국·울산시장선거 청와대 개입 의혹 등 전 정권 관련 수사로 좌천됐던 ‘윤석열 사단’의 화려한 복귀였다. 문제는 대검 공공수사부장, 법무부 기조실장, 서울동부·남부·서부지검장, 수원지검장 등을 포함한 고검장·지검장과 중간간부 37명에 대한 인사가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김오수 검찰총장은 검수완박 사태와 관련해 윤 대통령 취임 나흘 전인 지난달 6일 물러났다.

후보추천위원회의 천거, 대통령의 지명,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거쳐 검찰총장을 임명하는 데 50여 일이 소요된다고 해서 ‘총장 패싱’ 인사를 습관화하면 법이 구색용으로 전락하고 검찰을 지휘하는 최고 사령관이 허수아비가 되며 정권과 검찰 수뇌부 간 직거래가 이뤄질 위험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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