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인데…러시아·우크라이나 나란히 결선 진출 눈길

반 클라이번 콩쿠르 결선에 진출한 임윤찬.(제공 반 클라이번 콩쿠르,  리처드 로드리게즈)
반 클라이번 콩쿠르 결선에 진출한 임윤찬.(제공 반 클라이번 콩쿠르, 리처드 로드리게즈)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최종 결선에 진출한 한국인 피아니스트 임윤찬(18)이 대회 최연소 우승 기록을 쓸 수 있을까요. 임윤찬이 준결선에서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을 연주한 이후 해외에선 극찬이 쏟아집니다. “숨쉬듯 자연스럽고, 흠이라고 할만한 부분이 없었다.”(도이치 그라모폰), “경이적인 기교뿐만 아니라 음악적 구조와 형태, 그리고 질감과 색감에 대한 세련된 감각이 돋보인다.”(댈러스 뉴스) 자리에 앉자마자 주저 없이 건반을 눌러나가는 강심장에 어렵다고 소문난 곡을 미스터치 없이 소화한 엄청난 테크닉까지 더해져 이미 어느 경지에 도달했다는 느낌을 줍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쇼팽ㆍ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 버금가는 북미 최고 권위의 피아노 경연대회로 지난 대회(2017년) 우승자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33)이었습니다.

14일(현지시간) 시작된 결선 첫째날. 첫 순서였던 임윤찬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으로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오케스트라와의 호흡을 강조한 안정된 연주를 선보였는데요. 이미 테크닉 면에선 높은 평가를 받았기에 오케스트라와의 소통 능력을 자연스럽게 어필하는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도이치 그라모폰은 “뛰어난 기술적 컨트롤, 음악적인 완성도, 개성을 드러내는 재능, 세련된 스타일을 다 갖췄다”라며 결선에서도 임윤찬을 극찬했습니다. 다음 곡이 화려한 기교를 요하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이란 점에서 임윤찬의 장점인 압도적인 테크닉이 십분 발휘될 지 기대를 모읍니다. 최종 결과는 미국 텍사스 현지시간으로 18일 오후 7시, 한국시간으론 19일 오전 9시 이후 발표될 예정입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 결선 6인의 모습. 왼쪽부터 안나 지니시네(러시아), 일리야 슈무클러(러시아), 울라지슬라우 칸도히(벨라루스), 임윤찬(한국), 클레이튼 스티븐슨(미국), 드미트로 쵸니(우크라이나).(제공 반 클라이번 콩쿠르, 촬영 랄프 로러)
반 클라이번 콩쿠르 결선 6인의 모습. 왼쪽부터 안나 지니시네(러시아), 일리야 슈무클러(러시아), 울라지슬라우 칸도히(벨라루스), 임윤찬(한국), 클레이튼 스티븐슨(미국), 드미트로 쵸니(우크라이나).(제공 반 클라이번 콩쿠르, 촬영 랄프 로러)


임윤찬을 포함한 결선 6인의 면면도 흥미롭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중인데 러시아 2인, 우크라이나 1인, 러시아의 동맹국인 벨라루스 1인 등 총 4명이 결선에 진출한 상황은 이색적입니다. 앞서 열렸던 퀸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의 경우 러시아 연주자들의 참가를 막았지만,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이들을 받아들였습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의 기원인 미국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은 러시아에서 열린 제1회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우승자이기도 하죠. 외신들은 전쟁 상황에서도 국적과 상관없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젊은 피아니스트들의 모습을 주목했습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피아니스트 드미트로 쵸니(28)는 “음악에 집중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을 아꼈고, 러시아의 안나 지니시네(31)와 일리야 슈무클러(27)는 책임감과 연대 의무를 강조했습니다.

이번 대회 최고령인 안나는 임신 상태에서 출전해 화제를 모읍니다. 이미 한 아이의 엄마인 그녀는 9월 출산 예정인 임산부입니다. 결선 첫 번째 연주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친 그녀는 특유의 여유로움을 바탕으로 듣는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연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미국의 클레이튼 스티븐슨(23)은 클래식 연주자로선 아직은 흔치 않은 흑인입니다. 결선 첫 번째 연주에서 거쉬윈의 피아노 협주곡을 선택한 그는 재지한 리듬에 탁월한 그루브 감각을 보였습니다. 어머니가 중국인인 그는 17세까지 본인 피아노가 없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지금은 하버드대 경제학과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이중전공 중인 엄친아 입니다. 그는 한국인 1세대 피아니스트 변화경의 제자이기도 한데요. 임윤찬의 스승 손민수도 변화경의 제자입니다.

이정우 기자
이정우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