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도보 역사 체험·30일 역사 콘서트
매주 토요일 묵란화 그리는 소문난(蘭) 운현궁 열려


조선왕조 제26대 임금인 고종이 즉위하기 전 12살까지 살았던 곳이자 고종의 아버지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정치활동 근거지인 서울 종로구 운현궁에서 종로의 역사를 듣고 건물 내부의 숨겨진 공간을 들여다보는 자리가 마련된다. 고즈넉한 궁에 앉아 전통 다도(茶道)를 배우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

흥선대원군의 정치활동 근거지인 운현궁의 입구 모습. 서울시청 제공.
흥선대원군의 정치활동 근거지인 운현궁의 입구 모습. 서울시청 제공.

오는 29일 운현궁 주변에 숨겨진 역사 현장을 직접 찾아가 보는 야행(夜行) 프로그램 ‘도보 역사 체험 프로젝트: 가치가세’가 오후 7시부터 진행된다. 가치가세는 걷기 좋은 6·9·10월 각기 다른 주제로 꾸며지는데, 이번 달의 주제는 종로가 간직한 예술·역사적 면모를 알아가는 ‘종로 예술의 길’이다.

참가자들은 문화해설사와 함께 운현궁에서 출발해 가장 먼저 국가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병창 보유자인 고 박귀희 명창이 운영했던 여관인 운당여관 터로 향한다. 국악인의 사랑방으로 알려진 이곳은 1960∼70년대 바둑대국이 생중계돼 한국바둑의 성지이자 영화 감독들이 촬영지로 애용한 한국 영화의 산실이다.

지난 15일 진행된 ‘도보 역사 체험 프로젝트: 가치가세’ 참여자들이 서순라길에서 순라군과 제기차기, 돌발 퀴즈 등을 하는 모습. 서울시청 제공.
지난 15일 진행된 ‘도보 역사 체험 프로젝트: 가치가세’ 참여자들이 서순라길에서 순라군과 제기차기, 돌발 퀴즈 등을 하는 모습. 서울시청 제공.

그 뒤로는 왕립음악기관인 이왕직 아악부(雅樂部) 터, 임금이 백성을 살피던 어도(御道)였던 돈화문 국악로, 조선시대 관청수공업자인 경공장들이 모여 살아 지금의 귀금속 단지의 역사적 근원인 서울 무형문화재 교육전시장, 조선시대 늦은 밤 화재와 도둑을 막기 위해 순라군이 순찰하던 길인 서순라길, 낙원상가로 이어지는 길을 걷는다. 조선시대부터 주점, 기방 등이 밀집해 풍류와 여흥의 중심지였던 낙원상가 일대는 1990년대 초까지 연주자 구인·구직 정보가 모이는 음악인의 중심지였다.

지난 15일 진행된 가치가세에 참여한 한 시민은 “서울에 살면서도 종로 골목길을 구석구석 돌아보는 건 처음이었다”며 “우연히 참여했는데 매우 흥미롭고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아이와 함께 참여한 또 다른 시민은 “생각보다 설명이 재밌었다”며 “서울을 조금 더 알게 됐다”고 밝혔다.

흥선대원군, 고종, 명성황후 간 얽힌 사연은 물론 ‘종로구의 역사 명소와 옛 그림’을 주제로 윤소영 한국학중앙연구원과 고연희 성균관대 교수가 대화를 나누는 ‘뜰 안의 역사 콘서트’는 오는 30일 운현궁 이로당과 노락당 마당에서 열린다. 오후 6시 30분부터 9시까지 진행되는 이번 콘서트에서는 평소 관람이 제한된 운현궁의 감춰진 공간을 살펴볼 수 있고, 전통 다도도 경험할 수 있다. 콘서트 막간에는 한옥의 정취와 어우러지는 전통 무용과 국악 공연도 즐길 수 있다.

지난 15일 진행된 ‘도보 역사 체험 프로젝트: 가치가세’ 참여자들이 낙원상가에 대한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듣는 모습. 서울시청 제공.
지난 15일 진행된 ‘도보 역사 체험 프로젝트: 가치가세’ 참여자들이 낙원상가에 대한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듣는 모습. 서울시청 제공.

흥선대원군이 난(蘭)을 즐겨 그렸던 운현궁 노안당에서는 7월 30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그의 예술혼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소문난(蘭) 운현궁’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한국화 전문 강사의 도움을 받아 한지, 부채, 다포(茶布) 등 원하는 재료에 운현궁의 아늑함과 어울리는 묵란화 한 폭을 그릴 수 있다.

콘서트와 가치가세는 운현궁 홈페이지(www.unhyeongung.or.kr)에 게시된 URL을 통해 사전 참가 신청을 할 수 있다. 참가비는 1만 5000원이다. 소문난 운현궁은 현장에서만 접수한다. 한지는 무료이고, 부채 혹은 다포에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5000원에서 1만 원을 내야 한다.

민정혜 기자
민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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