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 이후 증시가 급격하게 얼어붙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입회장에서 한 트레이더가 업무를 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 이후 증시가 급격하게 얼어붙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입회장에서 한 트레이더가 업무를 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외국인 투자자, ‘한미금리역전’에 따라 ‘셀코리아’ 가속화
코스피, 얼어붙은 투심 탓에 “2300”까지 추락할 전망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자, 지난주 국내 증시는 끝을 모르고 추락했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공포에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국내 증시가 2300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3일 ‘검은 월요일’을 시작으로 17일 장중 2400선까지 무너졌던 13∼17일 한 주간 코스피 하락률은 5.97%, 코스닥 주간 하락률은 8.18%에 달했다. 코스피 주간 하락률은 1월 24∼28일(6.03%) 이후 올해 들어 두 번째로 높았고, 코스닥 주간 하락률은 지난 2020년 2월 24∼28일(8.57%)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대였다. 연초부터 Fed의 긴축 강화 우려에 급락장이 펼쳐진 데다 최근에는 자이언트 스텝에 따른 경기 침체 불안이 커졌기 때문이다.

코스피는 지난해 말 2977.65에서 17일 2440.93(18.02%)으로 떨어졌고, 코스닥은 1033.98에서 798.69(22.76%)로 내려갔다. 코스피는 17일 장 초반 2396.47을 기록하며 2020년 11월 5일(2370.85) 이후 1년 7개월여 만에 2400선 아래로 내려앉기도 했다. 이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코스피 40.73%, 코스닥 52.85%) 이후 최대 연간 하락률을 찍을 수 있다.

국내 증시가 크게 밀리면서 시가총액 역시 대폭 빠졌다. 17일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 시가총액은 1921조1000억 원, 354조2000억 원으로, 지난 한 주 만에 합산 시총 151조8000억 원이 날아갔다. 5월 CPI가 발표되고 첫 개장일이었던 13일 하루 동안만 코스피는 3.52%, 코스닥은 4.72% 폭락해 시총 88조 원이 사라졌다. 연초 이후로는 코스피에서 282조2000억 원이, 코스닥에서 92조1000억 원이 증발해 합산 시총 374조3000억 원이 감소했다. ‘5만전자’로 내려온 삼성전자는 연내 시가총액이 110조 원 감소하며, 17일 1년 7개월 만에 주가 6만 원 선을 내줬다.

뉴욕증시도 경기침체 우려에 변동성을 키우며 ‘악몽의 한 주’를 보냈다. 현지시간으로 17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8.29포인트(0.13%) 하락한 29888.78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8.07포인트(0.22%) 상승한 3674.84를 기록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152.25포인트(1.43%) 오른 10798.35로 장을 마감하면서 혼조세를 보였다. 전장에서 1년 5개월 만에 3만 선을 내줬던 다우지수는 장중 3만 선을 회복했으나 변동성이 커지면서 장 막판 하락하며 3만 선을 다시 내줬다. S&P500지수는 한 주간 5.8% 하락했고,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도 모두 4.8%가량 떨어졌다.

Fed의 자이언트 스텝이 따른 경기 침체 공포가 국내외 증시를 덮친 후폭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Fed가 다음 달에도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는 등 긴축 행보가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가 현재 연 1.5∼1.75%에서 연말에는 3.25∼3.5%로 높아질 것으로 관측되면서 ‘한·미 금리역전’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거 빠지고 있어 국내 증시가 반등하기 더욱 어렵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2020년 초부터 17일까지 2년 5개월여간 68조9006억 원을 팔아치웠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한 주에만 코스피에서 총 1조4875억 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의 유동성 회수로 코스피는 지난해 7월 세운 사상 최고치(3305) 대비 30% 조정을 받은 2300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서정훈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금리 인상 등 각국 중앙은행들의 긴축 행보가 최근 연쇄적으로 강화되고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며 투자 심리가 많이 위축되고 있다”며 “국제 유가가 상승세에 있어 당분간 증시의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한 데다 금리 인상을 단행했는데도, 미국 6월 CPI가 최고점을 경신한다면 Fed의 긴축 행보가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
전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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