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 가격, 한 달 넘게 날마다 최고가 기록 경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수급난 지속 글로벌 투자 은행, 국제유가 전망치 상향조정
지난 12일 서울 시내 한 셀프주유소를 찾은 차량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ℓ당 2100원 선을 돌파하며 연일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19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18일) 오후 4시 기준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각각 2104.63원, 2112.50원을 기록했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이달 11일 2064.59원을 기록하며 10년 2개월 만에 역대 최고가 기록(2012년 4월 18일 2062.55원)을 갈아치웠다.
국내 경유 가격은 이미 지난달 12일 1953.29원을 기록하며 기존 최고가(2008년 7월 16일 1947.74원)를 경신한 데 이어 한 달 넘게 날마다 최고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특히 경유 가격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국내 휘발유와 경유 판매 가격은 올해 1월 1일 각각 ℓ당 1623.79원, 1442.42원이었는데 5개월여 만에 가격이 각각 480원, 670원 넘게 상승했다.
연초 대비 상승률을 보면 경유가 46.5%로 휘발유(29.6%)보다 훨씬 높다.
통상 국제 시장에서 경유 가격은 휘발유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휘발유는 주로 승용차에, 경유는 화물차·굴착기·레미콘 등 산업용 장비에 사용되는데 1970∼1980년대 승용차는 사치품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정부는 경유보다 휘발유에 높은 세금을 매겼다.
2000년대 들어서며 상황은 다소 변했다. 정부가 1·2차 에너지 세제 개편을 단행하면서 경유에 붙는 세금이 높아졌다. 또 디젤 차량 판매가 늘면서 경유 수요도 늘어 휘발유와 가격 차가 점차 좁혀졌다.
무엇보다 최근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앞지르게 된 배경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경유 수급난의 영향이 크다. 유럽은 경유를 연료로 쓰는 디젤 차량이 많은 편인데,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이동이 줄자 현지 정유업체들이 경유 생산을 줄였다.
경유와 휘발유 가격의 고공행진은 당분간 더 이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 은행들은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석유 금수 시행, 산유국의 여유 생산 능력 부족, 낮은 세계 재고 수준 등을 이유로 국제유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미국의 드라이빙 시즌(6∼8월) 도래와 중국의 상하이 봉쇄조치 완화 등의 여파로 고유가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