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창작물은 기존 예술에 영향 받아…자신의 독창성을 5∼10% 정도 가미한다면 훌륭한 일”
사카모토 류이치 인스타그램 캡처. 안테나 인스타그램 캡처
가수 유희열(오른쪽)이 표절 의혹을 인정하고 사과한 데 대해 원곡자인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왼쪽)가 “모든 창작물은 기존 예술에 영향을 받는다”며 “(유희열 곡은)법적조치가 필요한 수준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류이치 사카모토 소셜 프로젝트 코리아’를 운영하고 있는 잇뮤직크리에이티브는 20일 공식 SNS에 지난 15일 전달 받은 사카모토 류이치의 입장문을 공개했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입장문에서 “나에게 본 사안을 제보해주신 팬 여러분과 이 건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려는 유희열의 솔직한 의도에 감사드린다”며 “두 곡의 유사성은 있지만, 제 작품 ‘Aqua(아쿠아)’를 보호하기 위한 어떠한 법적 조치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리고 나의 악곡에 대한 그의 큰 존경심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나는 내가 사랑하고 존경하며, 많은 것을 배운 바흐나 드뷔시에게서 분명히 강한 영향을 받은 몇몇 곡들을 갖고 있다. 하지만 내가 바흐나 드뷔시와 같은 수준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오해를 말아달라”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창작물은 기존 예술에 영향을 받는다. 거기에 자신의 독창성을 5~10% 정도를 가미한다면 그것은 훌륭하고 감사할 일이다. 그것이 내 오랜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나는 여전히 내가 만드는 모든 음악에서 독창성의 비율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또한 예술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유희열의 새 앨범에 행운을 기하며, 그에게 최고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유희열은 지난 14일 소속사 ‘안테나’의 공식 페이스북에 “‘유희열의 생활음악’ 프로젝트의 두 번째 트랙인 ‘아주 사적인 밤’과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쿠아’가 유사하다는 제보를 검토한 결과, 곡의 메인 테마가 충분히 유사하다는 데 동의하게 됐다”고 밝혔다. 유희열은 “긴 시간 가장 영향받고 존경하는 뮤지션이기에 무의식 중에 저의 기억 속에 남아있던 유사한 진행 방식으로 곡을 쓰게 됐다”며 “발표 당시 저의 순수 창작물로 생각했지만 두 곡의 유사성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유희열의 생활음악’은 지난해 8월부터 진행해 온 프로젝로, ‘일요일 오후’, ‘아주 사적인 밤’, ‘저녁 약속’ 등 8곡과 연주용 악보집이 담긴 LP가 이달 발표될 예정이었다.
유희열은 “충분히 살피지 못하고 많은 분들에게 실망을 드린 것에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무엇보다 사카모토 류이치 선생님과 팬분들에게 불미스러운 일을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오랜 팬의 입장에서 사카모토 선생님의 건강이 매우 좋지 않다는 사실이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유희열은 LP 발매 시기를 연장했고, 사카모토 측과 연락을 통해 저작권 관련 문제를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류이치 사카모토 소셜 프로젝트 코리아는 “15일 이후 추가적으로 제기 되고 있는 ‘1900’ 건에 대해서는 사카모토 류이치 측에서도 인지하고 있으며, 안테나 측에서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1900’ 건은 ‘아쿠아’ 건과는 다른 경우로, 유희열 측에서 전혀 알지 못했던 곡이지만 충분히 사과를 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 재차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말씀을 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영화 ‘마지막 황제’ OST로, 아시아인 최초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