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전통시장 가보니

가공식품 73개중 69개 올라
밀가루·식용유 20%대 상승
물가 급등세에 온통 아우성



지난 18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갈치와 고등어 등 수산물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최근 수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시장을 찾는 손님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김호준 기자
지난 18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갈치와 고등어 등 수산물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최근 수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시장을 찾는 손님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김호준 기자



“이젠 야간 할인 상품도 별로 안 싸네요.”

19일 서울 중구 봉래동 롯데마트 서울역점. 오후 9시를 넘긴 늦은 시간이었지만 유통기한이 임박한 물건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땡처리’ 상품 매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서울 용산구의 강주연(37) 씨는 40% 할인표가 붙은 수입산 소고기를 카트에 담은 뒤 “할인이 거의 없는 낮에는 장을 볼 엄두가 안 난다. 늦은 밤 마트에 들러 이것저것 사는 재미가 있었는데, 이젠 필요한 먹거리만 담아도 예산을 훌쩍 초과한다”고 했다. 하루 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만난 주부 한모(44) 씨도 “생물 고등어 한 마리가 1만 원이라고 해 깜짝 놀랐다”며 “생선이라도 싸게 사려고 수산시장에 왔는데, 이렇게 비쌀 줄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원자재 가격 상승, 이상기후 여파로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3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뛴 가운데 지난 주말 둘러본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체감 물가는 가혹한 상황이었다. 육류와 생선, 채소, 과일 등 대부분 농·축·수산물 가격이 큰 폭으로 뛴 것을 비롯해 물가 급등세가 생활필수품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소비자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었다.

2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주요 가공식품 73개 품목 중 69개의 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크게 상승했다. 일상에서 가장 많이 쓰는 식재료인 밀가루(26.0%), 식용유(22.7%), 식초(21.5%), 부침가루(19.8%) 등의 가격 인상 폭이 가팔랐다. 사료 값 상승으로 수입 쇠고기(27.9%), 돼지고기(20.7%), 닭고기(16.1%) 등 축산물 가격 부담도 커졌다. 여름철 많이 찾는 수박의 경우 가뭄으로 수확량이 줄면서 한 통당 평균 소매 가격이 2만1347원으로 1년 전보다 22% 급등했다. 가파른 물가 인상에 상인들도 어려움을 토로했다. 높은 재료 값을 견디다 못한 시장 상인들과 외식업주들은 판매 가격에 재료 상승분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서울 광장시장에서 10년간 분식점을 운영해 온 최모(51) 씨는 떡볶이와 튀김값을 각각 500원, 200원씩 올렸지만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밀가루나 튀김용 기름 가격이 치솟으면서 손에 쥐는 돈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떡볶이나 튀김을 같이 시키던 손님들도 1인분만 먹고 가거나, 비싸다며 그냥 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
김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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