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때 ‘캠코더’(문재인 대선 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의혹에 휘말렸던 공기업·준정부기관 기관장들의 임기가 대부분 윤석열 정부 임기 중반인 2024년쯤 만료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문 정부 임명 기관장들에게 ‘깃발’ 역할을 하는 이들은 현재 대부분 거취표명을 하지 않은 채 임기를 지속할 기류를 보이고 있어 신구 권력 갈등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20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전 정부에서 임명된 캠코더 의혹 공공기관장 상당수가 새 정부 임기 중반인 2024년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소속으로 17·18·19대 국회의원을 지냈던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의 임기는 2024년 3월 만료된다. 김 사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희대 1년 선배다. 이삼걸 강원랜드 사장의 임기도 2024년 4월까지 남아있다. 이 사장은 민주당 소속으로 두 차례 선거에 출마했다. 일부 주민들은 이 사장 선임 이후 퇴진 운동까지 벌였다.
2024년 4월까지 이어지는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의 임기도 논란거리다. 문재인 정부 관세청장을 지내다 지난해 4월 한국동서발전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그동안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에 주력해왔다. 김 사장은 문 전 대통령의 경남고 후배이자, 참여정부 때 민정수석실 사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하며 문 전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다.
과거 정부에선 정권 교체 후 기관장들이 자진 사퇴하는 문화가 뚜렷했다. 그러나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계기로 자진 사퇴가 금기어가 되고 기관장들의 ‘버티기’ 기류도 강해지고 있다. 현 정부 들어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 일부만 자진 사퇴했다. 현재 공공기관 370곳 중 256곳은 문 정부에서 임명한 기관장의 임기가 1년 이상 남아 있는 상태다.
여권이 20일 첫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에 주목하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여권 관계자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등을 제외하곤 자진 사퇴를 압박할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하위 등급을 받은 기관장에 대해 해임 건의를 할 수 있다. 기관 평가에서 준수한 성적을 받더라도 기관장 리더십 부분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으면 사퇴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손병석 전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지난해 기관평가에서 중간 등급인 C등급을 받고도 경영관리에서 최하 등급인 E등급을 받자 스스로 물러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대해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