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속 인상 부담” 양측 접점
저가 수주·원자재값 급등 속
조선사 수익성 개선 기대감


올해 상반기 후판(선박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을 두고 전례 없는 줄다리기를 했던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하반기 가격 협상에 돌입했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 장기화로, 상생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산업 전반에 형성되며 ‘동결’ 가능성에도 조심스럽게 무게가 실리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현재 조선 3사(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와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다. 선박 제조 원가의 약 20%를 차지하는 후판은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 그리고 올해 상반기까지 3차례 연속으로 올랐다.

이로 인해 조선업계는 수주 호황에도 불구,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공사손실충당금을 설정하면서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연말 흑자전환을 하겠다던 조선업계의 목표는 이미 물거품이 됐다”며 “하반기 후판 가격이라도 최소한 동결돼야 한다”고 했다.

철강업계는 상반기 협상과는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안심할 단계는 아니지만 최근 원자재값이 소폭 떨어지며 협상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후판 주원료인 제철용 유연탄(원료탄)은 지난 1월 28일 t당 444.50달러에서 지난 16일 378.90달러로 내려갔다.

철광석 가격도 같은 기간 t당 139.48달러에서 132.45달러로 떨어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사실 철강업계 내에서도 4연속 후판 가격 인상에 대한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전방위적인 원자재값 인상으로 국내 산업 전반의 활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지난 9일 ‘제23회 철의 날’ 행사에서 “밸류체인의 앞부분에서 전 산업에 기초소재를 공급하는 철강산업의 중요성이 크다”며 자동차, 조선 등 국내 수요산업과의 상생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값이 연초보다 조금은 안정세를 찾고 있어 철강업계가 이번에도 후판 값 인상을 요구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원자재값 변동 추이를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으로선 동결이 양쪽 업계에 최상의 방안”이라고 했다.

이근홍 기자 lk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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