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 해외에선 어떻게…

미국은 대통령 관저인 백악관 근처에서의 시위를 최대한 보장한다. 시간·장소 등 대략적인 시위 개요를 적은 신청서를 담당 경찰서장에게 제출하면 누구든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백악관 100m 이내 시위 금지’ 같은 규정도 없다. 다만 수정헌법 1조에 따라 “공공 안녕을 위태롭게 할 것으로 판단될 때” 집회를 제한할 수 있지만, 적용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특히 백악관 북쪽에 있는 라파예트 광장(Lafayette Square)은 전 세계 ‘시위 1번지’로 불린다. 1917년 1월 여성 참정권을 요구하는 시위가 펼쳐진 이후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이곳은 백악관 담장까지 직선거리로 90m에 불과할 정도로 바짝 붙어 있다. 낙태, 총기 규제, 반전(反戰)운동 등 다양한 주제로 1년 내내 수백 건의 집회가 열린다. 특히 2020년 5월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지자 수천 명의 시위대가 라파예트 광장에 몰려들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라파예트 광장 주변에 2m 높이의 철조망을 설치해 통행을 막았고,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뿌리는 등 강경 대처로 논란이 됐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신과 전 세계가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장벽을 허물고 라파예트 광장을 다시 열어 사람들이 모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영국 총리 관저인 런던 다우닝가 10번지도 특별하게 시위 제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연일 시위대에 둘러싸여 있다. 다우닝가 10번지는 런던 한복판인 트래펄가 광장에서 국회의사당 빅벤으로 향하는 도로변에 위치해 시위대가 쉽게 오갈 수 있다. 총리 관저는 다우닝가 10번지 3층에 있는데, 시위대는 3층을 향해 구호를 외치며 야유를 보낸다. 확성기도 동원된다. 최근 다우닝가 10번지에서 진행된 가장 큰 시위는 2017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찬반 집회였다. 지난해엔 정부의 코로나19 봉쇄 해제 연기 조치에 반발한 시위대가 다우닝가 10번지로 몰려갔다. 이 과정에서 경찰 폭행 등의 혐의로 3명이 체포됐다.

일본 도쿄(東京) 총리 관저 주변 시위도 자유로운 편이다. 대표적으로 2018년 3월 사학재단 모리토모(森友) 학원이 국유지를 사들이는 과정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총리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관여했다는 이른바 ‘모리토모 사건’에 항의하기 위해 1000여 명의 시위대가 규탄 집회를 열었다.

다만 일본은 10m 이상 거리에서 순간 최고 소음 85데시벨(㏈)을 넘기면 6개월 이하 징역형이나 20만 엔(약 197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이에 일본에선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진행하는 장면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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