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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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있고 괴상…’ 中서 주목

출판사 3곳서 판권계약 요청

BTS 신드롬 분석은 日서 화제

젠더·역사·과학분야 안가리고

다양성·역동성으로 시장 개척


지난해 2030 여성들의 우울증세를 다룬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을 출간한 동아시아는 최근 중국 출판사 3곳으로부터 판권 계약 오퍼를 받았다. 현지 출판사들은 우울증을 앓는 여성 30여 명의 목소리를 기록한 하미나 작가의 책이 젠더 관점으로 정신질환의 원인과 해결책을 모색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여러 조건을 검토한 동아시아는 종합출판사인 ‘저장문예출판사’와 초판 1만4000부를 현지어로 출간하는 데 합의했다. 한성봉 동아시아 대표는 “국내 출판사가 영미권의 A급 도서를 번역할 때 지급하는 선인세와 비슷한 금액을 받기로 했다”며 “최근 들어 소설이 아닌 진지한 인문서가 해외로 수출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인문·학술서와 논픽션이 아시아 시장을 휩쓸고 있다. 젠더·역사·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은 발 빠른 기획력과 도전적인 시선으로 해외 출판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다. 문학적 깊이와 장르적 재미로 해외에 먼저 진출한 K-문학에 이어 K-인문 교양서가 출판 시장의 새로운 활로를 뚫고 있는 것이다.



비문학 도서가 일본·중국·대만 등에 수출되는 건 최근 1~2년 새 뚜렷해진 흐름이다. 글항아리는 쪽방촌 탐사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어두운 그늘을 살핀 ‘착취도시, 서울’, 뇌과학·정신의학으로 현대인의 마음을 들여다본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관한 ‘붉은 선’의 판권을 아시아권 출판사에 팔았다. 민음사 출판그룹의 경우 ‘이재담의 에피소드 의학사’(사이언스북스)와 ‘대운하 시대’(민음사)가 각각 대만과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난쟁이 인류 호빗부터 네안데르탈인까지 22가지 독특한 인류 이야기를 담은 ‘인류의 기원’(사이언스북스)은 아시아권은 물론 미국에서도 출간됐다.김영사는 뇌과학 이론을 심리 에세이로 풀어낸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를 대만·중국·일본·인도네시아에, ‘이수정·이은진의 범죄심리 해부노트’를 베트남에 각각 수출했다. 어크로스 책 중에선 ‘열두 발자국’(대만), ‘말이 칼이 될 때’(일본), ‘공부란 무엇인가’(대만) 등이 해외 독자와 만나고 있다.

출판계는 이처럼 국내 인문서가 해외시장을 빠르게 개척하고 있는 원동력으로 ‘다양성’과 ‘역동성’을 꼽는다. 수년 전만 해도 아시아 인문서 시장의 공급원 역할을 하던 일본이 침체한 틈을 국내 출판사들이 폭넓은 기획과 진취적인 이슈 파이팅으로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는 “일본의 출판 시장은 한국보다 훨씬 크지만 출판사 수는 높은 진입 장벽 탓에 턱없이 적다”며 “팬데믹과 양극화, 여성주의 등 세계인들이 관심을 갖는 현안에 기민하게 대응한 책들이 국내에 쏟아지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또 “위 세대와 달리 아시아권의 젊은 편집자들은 (단기간에 산업적·문화적으로 급성장한) 한국을 선망하며 자란 세대”라며 “이들이 해외 도서 기획을 할 때 자연스럽게 한국의 출판물 리스트를 살펴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연주 동아시아 편집자도 “해외 출판시장의 기대에 국내 출판사들이 새롭고도 다양한 담론으로 부응하면서 선순환 효과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인문서가 해외에서 주목받는 배경으로 ‘한류 콘텐츠 열풍’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로 방탄소년단(BTS) 등 K-팝 아이돌을 심층 분석한 책들은 인문서 시장의 ‘하위장르’를 구축하며 외국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김영대 음악평론가가 BTS 신드롬의 원인을 짚은 ‘BTS : The Review’(RHK)는 2020년 일본어판 출간 이후 7쇄를 찍었으며, 영문판 역시 4쇄 물량이 다 팔렸다. 한류 연구 권위자인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의 ‘BTS 길 위에서’(어크로스)는 일본 서점가에서 판매 중이며, 블랙핑크·NCT·레드벨벳 등 아이돌 10개 팀의 음악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살핀 ‘지금 여기의 아이돌-아티스트’(문학동네)는 최근 일본·태국 출판사와 수출 계약을 맺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나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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