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룡 청장 추천 배제하고 강원서 이례적 승진 잇따라 지역 특혜로 인사원칙 위반 “보이지 않는 손 작용” 반발 경찰청 “警의견 충분히 개진”
21일 단행한 경찰 치안감 인사와 관련, ‘경찰청장 패싱’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그동안 지켜온 인사 원칙이 무시되고 특정 지역 특혜 논란까지 일고 있다. 경찰 내부에선 ‘보이지 않는 손’이 경찰 인사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행정안전부 자문위의 경찰 관리·통제 권고안에 대한 일선 경찰의 불만이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치안감 인사 논란이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22일 경찰청 내부에서는 ‘경찰청장 패싱’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이번 정권 시작부터 정부가 (경찰청에) 인사 관련 사항을 일방 통보만 하고 있는 상태”라며 “경찰청과 김창룡 경찰청장이 사실상 패싱당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통상 경찰 추천안을 행안부 장관에 제시하고 그 틀 안에서 인사가 결정되는데, 그 절차가 이제 사실상 없어진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현행 경찰공무원법에 따르면, 총경 이상 경찰 고위직 인사는 경찰청장의 추천을 받아 행안부 장관의 제청을 통해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경찰청장의 추천이 사실상 무용지물 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인사 논란에 대한 설명회를 열고 “충분히 경찰 의견이 (인사에) 개진됐다고 본다”며 “경찰 의견과 (인사안이) 100% 같을 순 없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반박했다.
무원칙 인사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강원청장에 임명된 김도형 신임 청장은 경무관에서 승진 후 이례적으로 지방경찰청장을 달았다. 치안감 첫 승진자는 지방청장이 아닌, 참모 역할을 관례적으로 맡아왔다. 더구나 김 청장은 강원 삼척 출신인데, 첫 부임지가 고향이어서 뒷말이 더 많은 상황이다. 김 청장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강릉 명륜고 후배다. 경찰 한 관계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지 않았다면, 이런 인사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특정 지역 출신 특혜 인사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요직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형사국장으로 내정된 김희중 강원청 자치경찰부장은 강원청 근무 중 치안감으로 승진해 해당 보직을 맡게 됐다. 강원청에서 치안감 승진자를 배출한 것은 지난 1991년 강원청 개청 이래 처음이다. 경찰 안팎에서는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권 원내대표가 강원 출신인 점을 주목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기준도 없고 원칙도 없는 인사”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행안부의 경찰 장악 논란과 맞물려 ‘경찰 지휘부 책임론’으로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전날 행안부 자문위 권고안 발표에 따른 대응 차원에서 김창룡 청장 주재로 진행된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에서 3명의 회의 참석자가 “김 청장이 책임지고 옷을 벗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