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석 조교사가 경기 과천의 서울경마공원에서 경주를 앞두고 ‘누비고’와 함께 출전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마사회 제공
서인석 조교사가 경기 과천의 서울경마공원에서 경주를 앞두고 ‘누비고’와 함께 출전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마사회 제공


■ 한국경마 100년 ‘숨은 공신’

먹이고 씻기며 스트레스 관리
훈련 함께 하며 트레이너役도
각자 다른 말의 성격파악 재미
“전문직 대우 억대연봉도 가능
요즘 젊은 친구들에게 강추”


한국경마 100년을 맞이한 올해 경마산업의 숨은 공로자인 말 관리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말 관리사는 일반 스포츠 종목으로 치면 트레이너 격이다. 경주마를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경마산업의 핵심 인력이다. 오랜 말 관리사 생활을 거쳐 올해로 조교사 12년이 된 베테랑 서인석(54) 조교사를 23일 경기 과천의 서울경마공원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 1년간 다승 1위(46승)이고, 올해 400승 고지에 올랐다. 서 조교사는 “요즘 젊은 친구들에게 이 일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말 관리사는 업무가 고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전문직이며 임금 수준도 높은 편”이라며 “주 52시간 도입 이후로 근무 환경과 복지가 좋아졌다.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 조교사는 말 관리사 출신이다. 조교사가 된 건 2010년 12월이다. 그는 ‘스타 조교사’다. 주위에선 그를 두고 “말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풍부하고, 말을 다루는 솜씨가 예술”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유난히 성격이 예민한 암말과의 호흡이 좋다. 서 조교사는 암말하고만 5번의 대상경주에서 우승했다.

서 조교사가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건 1990년부터 20년 가까이 말 관리사로 일하면서 말에 대한 기초지식을 충분히 쌓은 덕분이다. 그는 “경마 산업의 스포트라이트는 마주(馬主)나 조교사, 기수에게 화려하게 쏟아지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땀을 흘리는 말 관리사야말로 진짜 숨은 공신”이라고 강조했다.

말 관리사는 말의 ‘부모’와 같은 존재다. 사료를 먹이고 발굽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이 가장 기본 업무. 이 외에도 스트레스 관리 및 건강상태 체크, 마사지를 하고 때론 기마 훈련도 직접 한다.

서 조교사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2016년 여왕마를 가리는 ‘퀸즈투어시리즈’를 떠올렸다. 당시 그는 ‘빛의정상’을 출전시켰고, 뚝섬배 우승과 경상남도지사배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빛의정상’은 나를 가장 많이 고생시킨 말”이라면서 “너무 예민해서 경주로에 멈춰 서고, 기수를 떨어트리고 했다. 그래서 더 정성을 쏟았고, 결국 2016년 퀸즈투어시리즈에서 최우수마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 5월 31일 기준,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말 관리사는 856명(서울 454명·부산 경남 275명·제주 127명). 이들 중 상당수는 조교사로 진출한다. 실제로 서울 경마장 소속 조교사 47명 중 20명이 말 관리사 출신이다. 또 조교위탁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트랙라이더나 민간 목장의 말 관련 조련 전문가로 활동하기도 한다.

소득도 높은 편이다. 실제 국내 3개 경마장 말 관리사의 평균 임금은 5000만 원 이상이며 서울 소속 평균 연봉은 7800만∼8000만 원에 달한다. 여기에 조교사의 성적에 따라 지급 받는 상여금을 더하면 억대 연봉도 가능하다. 정년도 만 60세로 보장돼 있다. 그러나 학력이나 연령 제한은 따로 없다. 이직률이 매년 5% 내외로 업무만족도가 큰 편이다.

올해로 입사 5년 차인 김동해(31) 말 관리사는 “새벽 6시에 일과가 시작되지만, 퇴근 시간은 오후 3시로 빠르다. 퇴근 후엔 자기 계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서 “말마다 성격이 따로따로다. 말의 성격을 알아 가는 재미가 쏠쏠하고, 말이 변화되는 모습에 행복을 느낀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말을 타고 달리는 매력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긍정 에너지가 무수히 많은 직업”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현재 국내에는 총 11개 학교(고교 6개, 대학 5개)가 말 산업 양성 기관으로 지정돼 말 관리사 등 전문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박준호 한국경마축산고 교장은 “말 관리사라는 직업은 경마 산업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무한한 도전을 할 수 있는 직업”이라면서 “여기에 노력한 만큼 돈과 명예가 따른다. 학생들이 꼭 한번 이 직업에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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