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300원 선을 뚫고, 주가도 날개 없이 추락하면서 ‘퍼펙트 스톰’ 경고가 쏟아진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악화하면서 여러 나라에서 정권까지 위협받는 지경이 됐다. 국내에서도 물가·금리 상승과 경상수지 적자가 겹치고, 최저임금 대폭 인상 요구도 커진다. 더 심각한 문제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국민 숨 넘어가는 상황”이라는 윤석열 대통령 진단이 과잉 반응도 아니다.

대통령과 정부, 기업, 정치권과 국민이 총력 대응해도 힘에 부칠 수 있는데 정치권은 딴 세상이다. 제21대 국회의 하반기 임기가 지난달 30일 시작됐지만 원(院) 구성이 이뤄지지 않아 24일 현재 26일째 ‘국회 부존재(不存在)’ 상태다. 새 정부가 임대차 대책 , 근로시간·임금 개편, 금융 관련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대부분 입법 뒷받침이 필요하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기다리다 못한 윤 대통령은 23일 박순애 교육부 장관,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김승겸 합참의장 후보자에 대해 오는 29일까지 청문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다. 일부 후보자에 대해선 부적격 여론이 상당하다. 그런데도 청문회를 열 상임위원회조차 없어 그냥 임명할 수도 있는 기막힌 상황이 이어진다.

행정부에선 국민의힘이 집권당이지만, 국회에서는 과반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책임 정당이다. 국회 부존재 상황의 압도적 책임이 민주당에 있다. 특히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는다’는 합의를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빚어졌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심지어 원구성 협상에서 이재명 의원에 대한 고소·고발 취하, 검수완박 법안들에 대한 위헌·권한쟁의 헌법재판 취하 등을 요구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지금의 어려움은 주로 문재인 정부 탓이라는 점에서 정치도의적 책임도 무겁다.

민주당은 23·24일 의원 워크숍에서 “민생경제 현안을 토론했다”고 밝혔다. 진심이면 당장 법사위원장을 포기하고 원 구성을 매듭지으면 된다. 그 뒤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반대할 것은 반대하면 된다. 그래야 정부는 민생 대책을 추진하고, 국민도 여야 입장을 비교해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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