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위원회 공화국’ 오명 탈피 22 → 4개 구조조정 목표지만 자치분권위원장 등 임기 고수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020년 8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정부가 그동안 비효율 논란을 빚었던 대통령 직속의 행정·자문위원회 22개를 4∼5개로 축소·통폐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상당수 위원장이 남은 임기를 채우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자문기구 위원장들이 새로운 윤 대통령에게 조언을 하는 어색한 동거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27일 대통령 비서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 정권에서 임명된 상당수 위원장의 ‘임기 고수’로 인해 대통령 직속위원회의 구조조정 공약 이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김순은 자치분권위원장의 경우 지난 1월 문 전 대통령의 재위촉으로 오는 2024년 1월까지 임기가 연장됐다. 문 전 대통령은 김사열 국가균형발전 위원장도 지난해 8월 다시 위촉해 2023년 8월로 임기를 연장시켰다.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은 지난해 9월 연임을 확정해 임기가 2023년 9월까지 늘어난 상태다. 대선 이후 공개적으로 사의를 밝힌 자문기구 위원장은 윤순진 전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 등 극히 일부다.
대통령실은 자문기구 위원장을 강제로 물러나게 할 수는 없어 윤 대통령의 ‘위원회 구조조정’이 현재 상황에선 난관에 부닥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의 정책기획위원회 폐지 의결 후 남아 있는 21개 위원회를 한꺼번에 놓고 조정하는 작업 역시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태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겸하는 국가인적자원위원회,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는 국가우주위원회, 국가지식재산위원회 그리고 위원장 공석 상태로 남은 21개 위원회 중 업무 중복과 실적을 따져 통폐합한다고 해도 목표로 잡은 4∼5개까지 줄이는 것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자문기구 위원장들이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날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상황이 간단치는 않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사퇴를 압박하면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처럼 직권남용 소지가 있다”며 “국정운영에 대한 이념과 가치·철학이 달라 윤 대통령에게 조언을 하지 않는 자문기구가 계속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