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기억 속에 어렴풋이 남아 있는 고등학교 동창생이었습니다. 이름과 얼굴 정도만 알고 있다가 졸업 뒤엔 소식이 끊겼죠. 대학을 졸업하고, 저는 일본으로 가서 생활했습니다. 몇 년간 도쿄(東京)에서 직장에 다니다 서울로 돌아왔을 때, 옛 친구들에게 연락을 돌려봤습니다. SNS에서 남편과도 오랜만에 안부를 주고받았어요. 어쩌다 대화가 이어지게 되고 급기야 만날 약속까지 잡았어요. 약속 장소는 남편 직장이 있는 여의도였어요.
사원증을 목에 걸고 저 멀리서 걸어오던 남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 “하나도 안 변했네”라던 남편의 첫 마디도 잊히지 않아요.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둘 다 그 첫 만남의 순간에 ‘얘랑 결혼하겠다’는 생각을 같이 하고 있었더라고요. 그날 이후 썸이 시작됐어요. 드라이브도 많이 하고 공방에서 향수도 만들고…. 풋풋한 연인처럼 설레는 시간이었습니다.
4번째 데이트 날 저녁, 남편이 맥주를 마시다 “요즘 회사에서 행복해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들어”라고 말하더군요. ‘뭐 좋은 일이라도 있냐’는 제 물음에 남편은 “글쎄, 딱히 없는데…. 너 만나는 거 말고는.” 이러더군요. 그 말에 ‘심쿵’했습니다.
연인이 된 저희는 만난 지 4개월 만에 결혼 이야기를 하게 됐어요. 처음부터 서로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 가능했던 속도였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같이 있고 싶기도 했고요.
지난해 5월에 연애를 시작했는데 같은 해 11월에 웨딩홀을 예약했으니 속전속결이었죠. 올해 2월에 상견례를 마치고 3월부터 신혼집에서 함께 살고 있어요. 결혼식은 오는 10월 치를 예정입니다. 같이 살면서 두 사람 모두 변화가 생겼어요. 생활비를 갹출해서 쓰고 재테크나 자녀 계획 등 진짜 부부의 대화를 하고 있죠. 저절로 절약을 열심히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또 전 건강해 지고 있어요. 남편이 운동을 좋아해서 저도 덩달아 운동을 시작했거든요. 퇴근 후 함께 하는 홈트레이닝은 하루 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입니다. 사랑해 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