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단행될 차장·부장급 검찰 인사가 검찰총장 부재 상태에서 이뤄지면서 ‘총장 패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권 교체기에 총장이 공석인 채 인사가 단행된 전례는 있지만 이번처럼 고검장, 검사장, 차장·부장 검사 등 대규모 인사가 세 차례 이뤄진 적은 처음이다. 특히 검찰총장 인선을 위한 후보추천위원회가 50일 넘게 소집되지 않으면서 총장 공백기가 역대 최장으로 길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27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명박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이었던 김경한 전 장관은 2009년 6월 5일 임채진 전 총장 퇴임 후 새 후보자가 지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차동민 당시 수원지검장을 대검 차장에 앉혔다. 그러나 이는 당시 검찰 지휘부 공백에 대응하기 위한 ‘원 포인트’ 인사였고, 검사장급 등 후속 인사는 김준규 전 총장이 후보자로 내정된 이후 김 전 장관과 김 전 총장 간 협의를 거쳐 이뤄졌다.
윤석열 대통령도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김수남 전 총장 사퇴로 공석인 상황에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깜짝 발탁됐다. 당시 법무부 장관 또한 공석이었던 터라 절차적 문제가 제기됐지만, 문 정부는 법무부 차관과 대검 차장직을 채우는 후속 인사를 연달아 냈다. 이후 박근혜 정부의 소위 ‘우병우(민정수석) 라인’으로 불린 고위 간부들에 대한 좌천 인사가 있긴 했지만, 정기 인사는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고 난 뒤 당시 후보자 신분이었던 문무일 전 총장과 협의를 마친 후 단행됐다.
하지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 체제에선 세 차례에 걸쳐 수백 명 규모 단위의 전례 없는 정기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 검사의 임명·보직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제청해야 한다는 검찰청법 34조의 취지를 벗어난다는 비판이 거세다. 다만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 시행 시점 등을 고려하면 이 같은 예외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전직 검찰총장은 통화에서 “법치주의와 공정을 강조해 온 윤석열 정부가 원칙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일이지만, 검수완박으로 주요 수사의 시한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선 총장 인선을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고 했다. 법무부 관계자 역시 “(절차적 문제보단) 민생 문제와 신속한 현안을 처리하는 데 우선순위를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