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에 피살된 고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왼쪽) 씨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글로벌센터 서울유엔인권사무소에서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가운데)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면담을 마친 뒤 법률대리인인 김기윤 변호사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래진 씨 제공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가 실종 직전까지도 변호사와 통화해 도박 빚으로 인한 개인회생을 상담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그동안 이 씨가 도박 빚으로 인한 공황장애로 월북을 시도했다는 과거 해양경찰청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이에 따라 유족 측 고발로 시작된 검찰 수사의 한 갈래는 해경이 무리하게 도박 빚으로 인한 월북으로 발표한 배경이 무엇인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문재인 정부 시절 해경은 이 씨의 월북 배경 중 하나로 수차례 도박 빚을 언급했다. 2020년 9월 말 해경은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 씨가 북한 측에 월북 의사를 드러낸 정황이 있고, 도박 빚이 있었다는 것을 종합해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 달 뒤인 10월 말에도 해경은 이 씨의 도박 횟수·시기 등을 자세히 공개하며 “이 씨가 도박 빚으로 인한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이 씨는 2020년 3월 울산지방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하고, 같은 해 9월 실종 며칠 전에도 담당 변호사에게 연락해 진행 상황·추가 제출 서류를 묻는 등 회생에 상당히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당시 해경이 무리한 발표를 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해경이 도박 빚 등으로 인한 정신적 공황 상태였다고 밝혔으나 2021년 7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씨 유족 측 진정으로 이뤄진 조사 결과에서 “당시 해경이 자문한 전문가 7명 중 1명만 ‘정신적 공황 상태’라는 표현을 썼다”면서 “추측과 예단에 기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도박 빚 금액과 관련해) 사실에 근거한 객관적 발표라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더불어민주당 ‘친문(친문재인) 의원’ 보좌관 출신인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A 씨가 ‘월북에 방점을 두고 수사하라’고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결국 검찰 수사는 당시 해경의 무리한 발표 이유와 함께 그 배경을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오전 이 씨 유족은 서울중앙지검에 행정관 A 씨를 포함해 해경·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간부 등 4명을 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