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올 상반기 1970년 이후 52년 만에 최악의 폭락을 겪은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6월 30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주가 동향을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WSJ “2분기 연속은 경기침체” 전문가들 “美 단기침체 불가피”
美경제 근간 소비지출 둔화에 유통업체 재고 역대 최고수준
미국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시됐다. 통상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할 경우 ‘경기침체’로 간주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경제가 올해 상반기에 이미 경기침체의 터널에 들어섰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특히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상반기 무역적자가 이미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미국의 경기침체가 지속될 경우 한국의 하반기 수출에도 초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6월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마켓 인텔리전스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1.6%에 이은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다. 마이너스 성장은 S&P만의 전망이 아니다. 이날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분기 GDP를 추적하는 GDP나우에 따르면 미국의 2분기 GDP 성장률은 -1.0%로 나타났다. WSJ는 “2개 분기 연속 GDP 감소를 경기침체로 간주하는 것은 경험법칙”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의 경기침체는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 감소에서 조짐이 뚜렷하다는 평가다. 실제 이날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5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40년 만에 최고 수준인 6.3% 증가한 가운데, 소비지출 규모가 올해 가장 낮은 0.2% 증가에 그쳤다. 이는 전월 0.6% 증가에 비해 크게 감소한 수치다. 스티펠 파이낸셜의 린제이 피에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의 근간인 소비지출이 둔화하고 있다는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미국 경제가 단기적인 침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 위축은 유통업체들의 재고 증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유통업체들의 재고는 4월 기준 6972억 달러로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월의 6605억 달러를 넘어선 역대 최고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CNN은 최근 미국 유통업체들이 반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돈은 돌려주되 물건은 되돌려 받지 않는 방침’(Just Keep Your Returns)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재고가 넘치는 탓에 보관 비용이 더 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소비 위축이 미국 경기침체의 뇌관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에서 ‘돈나무 언니’로 알려진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CEO는 최근 CNBC에 출연해 “이렇게 재고가 많이 늘어난 것은 본 적이 없다”며 “이미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모델인 마이클 버리 사이언자산운용 대표는 유통업체의 재고 증가가 결국 경기침체를 불러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까지 이어지는 ‘채찍 효과’(손잡이에서 작은 힘이 가해져도 끝부분에 큰 힘이 생긴다는 의미)를 불러올 것이라고 예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