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량 늘었는데 수요는 줄어
80㎏ 산지가격 18만2136원
1년새 재고량도 34.8만 t 늘어


무안=김대우 기자 ksh430@munhwa.com

국제 곡물 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국내 쌀값 하락 폭이 4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쌀 산업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재배기술 향상으로 생산량은 증가하는 데 반해 식생활 습관 변화로 쌀 소비량은 오히려 감소해 올 4월 말 기준 전국 쌀 재고량이 96만t에 달하는 실정이다.

1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산지 쌀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산지 쌀값은 80㎏당 18만2136원으로 지난해 수확기 평균 21만4138원보다 14.9% 떨어졌다. 이는 쌀값 데이터 축적 이후 45년 만에 최대 하락 폭이라는 게 도의 설명이다. 정부가 쌀값 안정을 위해 2회에 걸쳐 2021년산 쌀 27만t을 시장 격리했지만 하락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시장 격리란 정부가 쌀 수급 조절을 위해 예상되는 초과 공급량을 매입을 통해 시장에서 격리하는 것을 말한다. 쌀값 하락의 원인은 간단하다. 생산량은 점점 늘고 있는데 소비량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국 쌀 생산량은 388만2000t으로 2020년 350만7000t에 비해 10.7% 증가했다. 반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18년 61.0㎏에서 2019년 59.2㎏, 2020년 57.7㎏, 2021년 56.9㎏으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63년 105.5㎏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가정 간편식과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쌀이 소비되지 못하고 남아돌다 보니 재고량도 쌓이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파악한 올 4월 기준 전국 쌀 재고량은 95만9000t으로 지난해 재고량 61만1000t보다 34만8000t(56.9%)이 증가했다. 쌀값 하락세가 심상치 않자 농업 관련 단체들은 정부에 3차 시장 격리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김귀현 농협전남본부 양곡자재단장은 “현 상태가 지속되면 올해 농협의 신곡(新穀) 수매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3차 시장 격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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