師弟, 한예종서 기자 간담회
“윤찬이는 이미 피아노 안에선 도사가 돼 있는 것 같습니다.”(손민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2022 밴 클라이번 콩쿠르 역대 최연소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임윤찬(18)은 앳된 소년이었지만, 음악에서만큼은 진중한 구도자의 모습이었다. 임윤찬은 지난달 30일 서울 한예종 서초캠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옛 음악가들은 유튜브 없이 악보와 자신 사이에서만 영감을 찾았기 때문에 더 독창적인 음악이 나올 수 있었다”며 “본받아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콩쿠르 기간 중 유튜브 등을 모두 지웠고, 아직 자신의 콩쿠르 연주도 들어보지 않았다고 담담히 밝혔다. 임윤찬은 “콩쿠르에서 우승했다고 제 실력이 느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달라질 것은 없다”고도 했다. 음악에의 진지한 접근이 그를 ‘천재’에서 ‘거장’으로 이끄는 원동력이란 말이 실감이 났다.
임윤찬은 이번 콩쿠르 2라운드에서 바흐의 ‘음악의 헌정’ 중 리체르카레 연주를 마치고 스크랴빈 소나타 2번을 연주하기 전까지 90초간 침묵한 이유에 대해 “바흐에게 영혼을 바치는 느낌으로 연주했다. 그런 고귀한 음악을 연주하고 바로 넘어가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독서광으로 알려진 임윤찬이 즐겨 읽는 책은 단테의 ‘신곡’. 리스트의 작품 ‘단테 소나타’를 이해하기 위해 전체를 외우다시피 읽었다고 소개했다. 이날 간담회에 앞서 들려준 스크랴빈의 전주곡 Op.37 1번과 피아노 소나타 2번은 섬세한 감각과 확신에 가득 찬, 강력한 타건이 함께 느껴졌다.
사제간 서로를 음악인으로서 존중하는 모습도 돋보였다. 임윤찬의 스승인 손민수 교수는 “윤찬이는 음악의 힘이 진정한 자유란 걸 보여준다”며 “윤찬이의 작은 연습실 속에서 자기 단련과 절제를 통해 이런 것이 이뤄졌다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임윤찬은 스승에 대해 “내 인생의 모든 것에 영향을 주셨다”고 말했다.
임윤찬은 오는 12월 1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기념 독주회를 열어 콩쿠르에서 연주한 곡들을 다시 들려줄 예정이다. 앞서 8월 10일 소속사인 목프로덕션의 15주년 기념 공연 ‘바흐 플러스’, 2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김선욱의 지휘로 KBS교향악단과 멘델스존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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