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내 ‘세계 3~4위권 방산대국’ 목표”… 기대·회의론 교차 국산전투기·자주포·장갑차, 수백조원대 유럽 미주 시장 공략 KAI-LM 제휴, 56조원 규모의 전술 입문기 수주전 경쟁 본격화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공장에 전시된 국산 FA-50 경공격기.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장관의 지난달 5월31일 방문에 맞춰 꼬리날개에 폴란드 국기를 새겼다. 폴란드 국방부 트위터 캡처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스페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폴란드 등 유럽지역을 비롯, 미국·호주·영국 등 방위산업 선진국에 대한 무기 수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10위 권인 무기수출국 순위를 앞으로 5년 내에 3∼4위로 끌어올리겠다는 게 목표다. K-방산 도약을 통해 방산대국 진출에 대한 청사진도 제시하고 있다. 결국 미국·유럽 등 방산 수출 강국에 대한 무기 수출 성공이 방산대국 진출의 승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방산수출 순위는 부동의 1위인 미국과 2∼6위인 프랑스, 러시아, 이탈리아, 중국, 독일에 이어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FA-50, 폴란드 미국 수출 본격화 마리우스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장관은 최근 방한 중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 경공격기 48대를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했다. KAI는 총 2조 원에 달하는 수출을 성사시키기 위해 폴란드 수출 관리팀을 꾸렸으나 수출 성사까지는 산너머 산이다. 폴란드가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인한 안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투기 전차 자주포 등 구매에 큰 관심을 쏟고 있으나 세계적 경기 불황 속에 수조 원대 무기 구매력을 보유했는지는 미지수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는 지난달 9일(현지시간) 록히드마틴에 T-50 계열 항공기 1000대 이상을 판매하는 내용의 협력합의서(TA)에 서명하며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KAI와 록히드마틴은 미 공군과 해군에 제시할 개량형 FA-50 경공격전투기의 제작과 마케팅, 설계, 기체 개량, 공장 신증설 등 전 분야에서 협력할 전략협의체 실무위원회를 상설 가동하기로 했다. 양사는 미국을 포함해 500대 이상으로 추산되는 세계 훈련기·경공격기 시장을 함께 공략하기 위해 ‘원팀’을 구성한다는 전략이다. 미국은 오는 2024∼2025년쯤 약 280대 규모의 공군 전술훈련기와 220대 규모의 해군 고등훈련기·전술훈련기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KAI가 미국 수주전에서 승리할 경우 세계 훈련기·경공격기 시장에서 최대 공급사로 자리잡으며 최소 20년간 일감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56조 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디펜스는 K9A1 개량형인 K9A2로 자주포시장의 본산 영국 자주포 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K9A2 모형.한화디펜스 제공
◆K9, 영국 미국 시장 노크…K2는 노르웨이 폴란드 수출 타진 한화디펜스는 자주포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 육군 자주포 시장 문도 두드린다. 개량형인 K9A2로 영국 자주포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게 한화디펜스의 목표다. 영국은 2026년부터 자동화 포탑과 원격 구동 기술 등이 적용된 차기 자주포를 도입, 노후화한 기존 자주포를 대체할 방침이다. 영국의 최종 사업자 선정은 2026년이며 전력화 시점은 2029년이다. K9A2는 독일 KMW의 명품 자주포 PzH 2000, 독일 라인메탈의 HX3, 스웨덴 BAE보포스의 아처(Archer)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디페스는 미 육군 전투력개발사령부(CCDC) 주관 사거리연장 자주포 개발(ERCA) 사업에 K9A2 자주포 자동화포탑 솔루션 제안을 추진하는 등 세계 자주포 시장 강자로 자리잡고 있다. 노르웨이, 핀란드, 에스토니아 등이 운용하고 있는 K9 자주포는 호주에도 도입될 예정이다. 지난해까지 1조 원대에 머물러 왔던 방산 수출 규모는 올해 2조 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노르웨이, 폴란드 등으로의 수출이 타진되고 있는 K2 흑표 전차는 최신형 4세대인데도 3세대 전차인 미국 M1에이브럼스, 독일 레오파르트2 대비 저렴하다는 강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동 훈련 중인 K2 흑표전차. 현대로템 제공
◆K-방산 강점 활용 방산대국 노려 정부는 K-방산 강점과 관련해 K9 자주포, K2 흑표전차 등 수출 효자상품 관련해 사거리·기동성 등에서 세계 최고이면서 타국대비 가성비가 우수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 K2 전차, K9 자주포 등은 최첨단 독일 제품과 성능은 유사하나 국내 대량생산체제를 통한 규모의 경제로 가격은 거의 반값 수준 ”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대중공업의 우수한 선박 설계 및 건조기술이 바탕이 돼 중형 이지스함(KD-3)을 개발, 수출을 추진하고 있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함정 수출과 관련 정비에 수개월이 걸리는 타국 무기와 달리 후속군수지원도 신속, 정확한 점이 강점으로 동남아 외에 유럽 등지에 대한 수출 전망이 밝다는 것이다.
최근 10여 년 간 한화 주도의 방산 인수·합병(M&A)등으로 2020년 기준 세계 7위권 방산수출국으로 진입했다. 지난해 방산수출 약 72억5000만 달러로 2006년 기준 약 30배 성장했고, 전년 대비 2.5배 증가한 것으로 평가했다. 방산수출이 수입액(연간 약 50억 달러)을 넘어선 첫해로 방산순수출국으로 전환했다는 평가도 내놓았다.
◆정부 방산업체 지원이 열쇠 정부는 방산 수출국 다변화 전략을 마련하고 정책으로 방산업계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해당 분야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불리는 ‘국방상호조달협정(RDP)’ 체결 논의에 착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또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중거리 지대공 유도미사일인 천궁-Ⅱ 수출 계약금 규모는 지난 1월 4조 원에 달했다.
정부는 미국과 나토 등 국제 정치경제의 블록( Block)화 추세와 더불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 등으로 앞으로 2∼3년간 한시적으로 급격한 방산수출시장이 개방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관계자는 “동유럽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후 자국의 군사력 공백 발생에 따른 수요가 급증하는 등 향후 2∼3년간 방산시장 선점이 이후 20∼30년 시장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방산 전문가들은 무기체계 운영기간(최소 20∼30년) 고려할 때, 지속적인 후속 군수지원(정비·수리·기술지원 등)이 필요하고 성능 개량 추진 협력 등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K-방산 도약 기대·회의론 엇갈려 우크라이나에 각종 무기체계를 지원하며 사실상 대리전을 치르고 있는 인접국들은 최근 기술력이 뒷받침되면서 가성비가 우수한 우리 무기체계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김미정 산업연구원 기계·방위산업실 전문연구원은 “최근 동유럽 국가나 나토 회원국은 안보협력에 따라 무기 수입을 확대하는 추세”라면서 “한국은 나토와의 안보협력에 기여하며 방산 세일즈로 진입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독일 등 전통적으로 방산 기술력이 뛰어나고 수출 규모 자체가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라 한국이 아무리 수출을 많이 한다고 해도 6위 이상은 어렵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끼리 약속했다고 해서 최종적으로 수출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며 “폴란드 등과의 후속 협상은 지루할 정도로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을 계기로 전 세계 국가들이 자국 무기체계를 점검하며 첨단화에 나서고 있는 현재를 ‘K-방산’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