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만 유튜버 겸 개그맨 김대희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의 문화와 그들의 개그 코드를 배워보자는 마음이었어요.”

개그맨 김대희(48)는 73만 구독자를 모은 유튜브 채널 ‘꼰대희’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데뷔 20년이 넘은 개그맨으로서 자신의 개그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개그를 즐기려는 신세대들의 눈높이에 맞춰보자는 시도였다.

김대희는 KBS 2TV ‘개그 콘서트’ 시절 그에게 연말 최우수상을 안긴 코너 ‘대화가 필요해’ 속 ‘꼰대’ 아빠를 끄집어냈다. 그리고 동료 개그맨 외에도 쯔양, 히밥 등 유명 먹방 유튜버와 펭수, 아이돌 그룹 멤버 등 MZ세대들에게 인기가 높은 이들과 마주 앉았다. 그러자 기존 ‘대화가 필요해’를 기억하던 중장년 구독자는 그를 통해 MZ세대의 문화를 배우고, ‘대화가 필요해’가 낯선 MZ세대들은 꼰대의 문화를 조금 더 이해하는 이야기의 장이 열렸다.

그는 4일 문화일보와 나눈 인터뷰에서 “저 역시 MZ세대의 문화를 하나씩 익혀간다는 마음으로 채널을 만들었다”면서 “고정관념을 버리고 다양한 이들과 소통하다 보니 새로운 웃음 코드가 발견됐다. 사고를 여는 것이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꼰대희의 성공은 ‘개콘’ 폐지 후 실의에 빠진 후배들에게 자극제가 됐다. 이후 공채 출신 개그맨들이 의기투합한 채널이 속속 등장했고, 새로운 개그의 장이 형성됐다. 정작 “후배들이 먼저 만든 ‘피식대학’이나 ‘낄낄상회’가 충분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었다. 나는 오히려 그 후광을 입은 것”이라고 자신을 낮춘 김대희는 “요즘은 나이 지긋한 선배들도 ‘유튜브 한번 해보려 한다’고 연락이 온다. 얼마 전에는 전유성 선배님이 ‘조언 좀 해줘’라고 하시더라”고 빙긋이 웃었다.

‘개콘’의 무대 위 개그와 유튜브 개그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한참을 고민하던 김대희는 “생각의 확장”을 이야기했다. 20년 넘게 TV에서 개그를 하다 보니 스스로 검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적절한 선에서 표현 수위의 폭을 넓히니 대중이 반응하며 기꺼이 구독자가 되기 시작했다.

김대희는 “지금도 촬영하면서 진심으로 ‘방송에서 이래도 되나?’라고 말한다. 그 아재 감성을 보며 웃는 사람도 많다”면서 “‘개콘’은 제작진의 검사를 통과해야 무대에 올릴 수 있지만, 유튜브에서는 원하는 개그를 마음껏 펼치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력적이다. 물론 자체 기준을 두고 선을 넘지 않으려 항상 주의한다”고 덧붙였다.

꼰대희로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있지만 김대희는 여전히 무대에 대한 갈증을 갖고 있다. 그래서 오는 8월 중순 개막하는 제10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 거는 기대가 크다. 팬데믹 이후 2년 만에 오프라인 공연이 재개되며 팬들과 가까이서 소통할 기회다.

그는 “선후배가 같은 공간에 모여 회의하고 수많은 관객 앞에서 그 코미디를 보여주는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면서 “올해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이 10주년인데, 열정을 갖고 좋은 결과를 내면 TV에서도 개그 프로그램이 부활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는 바람을 전했다. 안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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