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대란속 홍대 상권 가보니

찜통더위와 열대야가 지속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한 5일 서울 시내의 한 매장이 문을 활짝 열어 둔 채 영업하고 있다.(위쪽 사진 ) 열화상 카메라로 이 매장을 촬영한 결과, 냉방 중인 실내의 냉기(푸른색)가 매장 앞 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아래쪽 〃)  연합뉴스
찜통더위와 열대야가 지속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한 5일 서울 시내의 한 매장이 문을 활짝 열어 둔 채 영업하고 있다.(위쪽 사진 ) 열화상 카메라로 이 매장을 촬영한 결과, 냉방 중인 실내의 냉기(푸른색)가 매장 앞 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아래쪽 〃) 연합뉴스

130곳중 97곳 문 열어놓은채
에어컨 18도 맞추고 파워냉방

“단속 기간도 아닌데 어떠냐”
‘폐문’보다 전력 4배 더 소모


올여름 기록적 폭염으로 최악의 전력난이 예상되는 가운데, 서울 홍대 앞 거리 등 번화가 상점들이 ‘개문냉방(문을 연 채 냉방하는 행위) 영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일부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은 “문 개방은 매장의 ‘시그니처’ 영업 방식”이라며 대놓고 개문냉방을 하고 있었다. 고유가 시대에 에너지 낭비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코로나19로 환기를 해야 하는 점, 개문냉방을 제재할 강제 규정이 없는 점 등으로 인해 실질적인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5일 오후 마포구 홍대입구역 4번 출구에서 ‘홍대걷고싶은거리’까지 1㎞ 길에 있는 의류, 신발, 화장품, 잡화점 등 130곳 중 97곳(75%)이 개문냉방을 하고 있었다. 이날 한낮 기온이 34도까지 오르자 이들 매장은 에어컨 설정을 ‘18도 파워냉방’으로 맞춰 둔 채 문을 활짝 연 모습이었다. 한 화장품 매장은 희망온도를 18도로 설정했으나, 문을 열어 둔 탓에 실내 온도는 30도에 머물렀다.

특히 330.58㎡(100평)가 넘는 대형 신발 매장 3곳은 모두 개문냉방 영업을 했다. 9번 출구 인근 신발 매장은 1층과 2층이 연결된 전면 유리를 개방했다. 매장 직원 명모 씨는 “문 개방은 우리 매장 시그니처”라며 “단속기간도 아닌데 어떠냐”고 되물었다.

인근의 2층 규모 옷가게 역시 3개의 출입문을 모두 열어 뒀다. 매장 매니저는 “본사 방침으로 문을 열고 영업한다”며 “전기료보다 손님 1명이라도 더 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의류 매장 직원은 “문을 닫고 있으면 손님들이 가게가 열었는지 잘 몰라 들어오지 않는다”라며 “온도 설정은 18도로 해두지만 문을 열어 두다 보니 선풍기 수준”이라고 말했다.

개문냉방에 따른 에너지 손실은 상당하다. 한국에너지공단은 개문냉방 시 폐문냉방보다 전력이 최대 4배 더 소모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시환 일본 신슈(信州)대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12시간 영업하는 일반 소매상점이 냉방 설정을 26도로 하고 개문냉방을 했을 경우 에너지 손실은 폐문냉방과 비교해 약 19%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장 상인들도 이를 체감하고 있다. 휴대전화 케이스 판매점 사장은 “문을 닫고 냉방을 하면 한 달 전기료는 30만 원 정도지만, 개문냉방을 하면 40만 원으로 크게 뛴다”고 말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 등은 코로나19 방역수칙 등으로 인해 개문냉방 단속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개문냉방을 제지할 법 규정도 없다.

한국에너지공단 관계자는 “소형점포나 다중이용시설은 환기를 자주 하라고 코로나19 방역수칙이 안내되고 있어 사실상 단속이 어렵다”며 “냉방 설비 운전 관리 가이드라인을 지켜 달라고 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보름 기자 fullm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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