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미 문화부장

올해 상반기를 보내며 문화예술 분야를 결산해 보면, 매우 화려한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다. 한국 문화가 전방위적으로 호응을 얻고 있는 현실대로 여러 분야에서 수상 소식이 이어졌다.

1월 ‘오징어 게임’의 오영수 배우가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을 받으면서 시작해 지난달에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미국 반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역사상 최연소 우승을 거뒀다. 그리고 그사이,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3관왕에 올랐고, 이정재 배우는 미국 크리틱스 초이스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박찬욱 감독과 송강호 배우는 칸 영화제에서 각각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소설가 손원평의 ‘서른의 반격’은 일본 서점 대상을 받았고, 소설가 정보라의 ‘저주 토끼’는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한 한국인 연주자는 무려 37명에 이른다. 예술가 개인의 성취가 넘쳐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 문화와 예술의 수준과 상황은 이들 예술가의 성취만큼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 K-컬처,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지금, 우리는 문화국가라고 자평할 수 있는가. 꼭 그렇지만 않다는 점이 함께 생각해볼 지점이다.

우리 문화예술은 오랫동안 개천에서 용이 나듯, 탁월한 개인이 등장해 깃발을 꽂고 나가는 식으로 이뤄졌다. 1974년 피아니스트 정명훈이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2등상을 탄 뒤, 그의 선례를 따르는 정명훈 키즈가 나왔고, 박찬욱 감독이 2004년 칸 영화제에서 ‘올드 보이’로 심사위원 대상을 받으며 박찬욱 키즈가 뒤따랐다. 방탄소년단이 월드와이드 가수가 된 뒤, 포스트 방탄소년단이라는 길에 많은 K-팝 가수가 뛰어들었다. 물론 한 개인의 성취는 사회적 환경의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경우 뛰어난 예술가가 나와 전체를 이끌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오영수 배우가 골든글로브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았지만, 연극의 메카인 대학로는 10년이 넘도록 위기라는 말을 달고 있다. 임권택-박찬욱-봉준호로 이어지며 많은 한국 영화가 세계 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있지만,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동영상서비스(OTT) 시대에, 우리 콘텐츠의 지식재산권(IP)을 지켜내기엔 역부족이다. 방탄소년단이 글로벌 팬덤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보이밴드가 됐지만, 여전히 아이돌·기획사 시스템에 대해 흔쾌히 예술적이다라는 말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

또, 우리 연주자들이 콩쿠르에 목을 매는 이유는 지금 이곳의 문화적 상황을 상징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세계적인 공연을 프로모션할 국내 기획사가 없어 연주자들은 콩쿠르에 나가 두각을 나타내 해외 매니지먼트와 계약을 해야 안정적인 예술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예술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는 이제 분명하다. 뛰어난 몇 명의 아티스트에 환호하는 시대를 지나, 많은 예술가가 그들이 하고 싶은 예술활동을 할 수 있도록, 또 많은 일반 국민이 일상 속에서 자신의 문화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런 문화적인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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