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준이 효과’… 또다시 주목받는 수학책들

작년부터 출간된 신간만 107종
‘미적분의 쓸모’ 2만3000부 1위

‘수학이 필요한…’ 스테디셀러로
4년동안 12만부 팔리며 ‘인기’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한국계 최초로 ‘수학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받으면서 수학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명료한 숫자로 세상을 파악하는 수학의 매력이 재조명되며 새롭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수학책은 이미 수년 전부터 독자들의 꾸준한 선택과 사랑을 받아왔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7월 5일까지 나온 수학 신간은 교재를 제외하고도 107종. 이 가운데 판매량 1·2위는 ‘미적분의 쓸모’(더퀘스트)와 ‘미적분의 힘’(해나무)으로 각각 2만3000부, 1만5000부가 팔렸다. 영국 응용수학자 데이비드 애치슨의 ‘이해하는 미적분 수업’(바다출판사) 역시 1만5000부 이상 나갔다. 박윤조 더퀘스트 부장은 “미적분은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 등 첨단 기술에 비중 있게 활용되는 ‘언어’”라며 “‘미래를 준비하려면 이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욕구가 책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학의 전반을 두루 살핀 일반 교양서 중에서도 대박을 낸 책이 적지 않다. 김민형 영국 에든버러 국제수리과학연구소장의 ‘수학이 필요한 순간’(인플루엔셜)이 대표적이다. 2018년 출간된 책은 4년 만에 12만 부가량 팔리며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통계학자 닉 폴슨의 ‘수학의 쓸모’(더퀘스트)도 2년 3개월 만에 3만7000명의 선택을 받았다. 장은수 출판평론가는 “‘과학의 시대’에 과학의 근본 원리인 수학을 모르면 과학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대중이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쏟아지는 빅데이터 속에 ‘통계에 속지 않는 법’을 익힐 수 있다는 점도 수학책의 실용적 장점”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의 필즈상 수상을 맞아 함께 읽고 싶은 ‘수학책’ 5권을 추천한다. 수학과 담쌓고 지낸 이들을 위한 입문 교양서부터 시적 감성이 돋보이는 에세이, 드라마틱한 수학사, 현대 과학에 숨은 수학 원리를 소개하는 최신작까지 폭넓고 깊이 있는 리스트다. 한때 시인을 꿈꿨을 만큼 인문학적 소양도 풍부한 허 교수는 수상 후 인터뷰에서 ‘자유로움’과 ‘끊을 수 없는 중독성’이 수학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독자 여러분도 책과 함께 자유로운 중독의 세계에 푹 빠져보시길. 책 선정엔 박부성 경남대 수학교육과 교수, 정경훈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 노의성 사이언스북스 주간, 김은수 바다출판사 과학팀장, 장은수 평론가의 자문을 받았다.

‘1년간 1일 1편’ 수학명제 읽기
◇입문자를 위한 교양서-365 수학(박부성 외 4인, 사이언스북스) = 국내 학자들이 지라르-페르마의 정리, 오일러 함수 등 수학에 얽힌 여러 명제를 1년간 매일 한 편씩 읽을 수 있도록 엮었다. 탁상 달력을 바라보다 ‘하루하루 날짜마다 관련 있는 수학으로 채우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3월 14일에 원주율(π)을 설명하고 1월 2일엔 입체 도형과 함께 ‘오일러 정리(V-E+F=2)’를 보여주는 식이다. ‘피자를 최대한 많이 나누는 법’ ‘넥타이를 매는 모든 방법의 개수’ 등 일상이 수학으로 통하는 이야기부터 ‘생명 창조 게임의 비밀’처럼 인류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주제까지 다양하게 펼쳐진다. ‘모든 사람을 위한 수학 다이어리’라는 부제처럼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으며 수학으로 사고하는 힘을 장착할 수 있는 책이다.

답이 아니라 ‘길’을 찾는 과정
◇감성 에세이-수학이 필요한 순간(김민형, 인플루엔셜) = 페르마 방정식의 ‘해의 유한성 증명’을 해결하며 세계적 학자가 된 김민형 소장의 강의록. 김 소장은 ‘수학을 하는 것’보다 ‘수학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즐긴다고 말한다. 이런 개인적 취향을 바탕으로 수학이라는 장대한 세계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묻고 답한 세밀한 대화들을 시적 언어로 실어나른다. 논리에 기반한 수학의 기본 원리부터 윤리적 판단이나 이성과의 만남 같은 사회문화적 주제까지 아우르며 삶에 ‘수학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다. 책은 수학을 잘하기 위해선 ‘가설이 틀릴 수 있는 가능성’에 주춤하지 말고, 끊임없이 ‘좋은 질문’을 던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수학은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인간이 답을 찾아가는 데 명료한 과정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피타고라스부터 와일즈까지
◇드라마틱한 수학사-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사이먼 싱, 영림카디널) = 수학계 최대 난제 중 하나였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해결한 과정을 통해 좌절과 환희가 교차한 수학의 역사를 펼쳐 보인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n이 3 이상의 정수일 때 xⁿ+yⁿ=zⁿ을 만족하는 x, y, z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라는 문제다. 300년 넘게 날고 기는 천재들이 도전했다 실패한 난제를 푼 이는 영국 수학자 앤드루 와일즈. 그는 불과 10세에 이 난제가 ‘피타고라스의 정리’의 변형이라는 사실을 직감한 뒤 30여 년 뒤 완벽한 증명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피타고라스부터 페르마를 거쳐 와일즈까지 방대한 역사 속 인물을 속도감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그려낸다. 수학에 흥미를 느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학을 ‘숫자의 학문’이 아니라 ‘수의 세계를 이해하려는 수학자들의 역사’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세상을 뒤집은 ‘수학의 마법’
◇수학계 슈퍼스타의 최신작-수학의 이유(이언 스튜어트, 반니) = “수학이 없다면 세상은 무너지고 말 것이다.” ‘세계를 바꾼 17가지 방정식’과 ‘보통 사람을 위한 현대수학’으로 유명한 수학계 대가는 최신작에서 이렇게 단언한다. 이 말을 입증할 증거는 차고 넘친다. 디지털 사진과 의학 스캐너, 영화 특수효과, 기후변화 예측 등 실로 다양한 분야에서 수학이 필수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흔히 접하는 JPG 파일은 5단계 변환을 통해 중복된 부분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원본을 압축하는데, 여기에 활용되는 원리가 ‘푸리에 변환’과 ‘허프먼 부호’ 등이다. 또 내비게이션 GPS 작동엔 7가지 수학 원리가 동원되며, 항공기 설계엔 항공역학의 수학 방식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수학의 쓸모를 일상에서 체감하긴 쉽지 않지만, 책은 수학의 마법이 세상을 어떻게 바꿔놓는지 생생히 보여준다.

어지러운 정보속 중심잡는 법
◇일상 속 수학-틀리지 않는 법(조던 엘렌버그, 열린책들) = 수학의 렌즈를 끼면 상식처럼 여겨지는 명제 속에 수많은 오류가 숨어 있음을 간파할 수 있다. 2차 대전 당시 미군은 귀환한 전투기들을 살펴본 뒤 총알 구멍이 집중된 곳에 철갑을 두르기로 했다. 이를 옆에서 지켜보던 통계 전문가는 “구멍이 없는 엔진을 철갑으로 감싸야 한다”고 말했다. 엔진에 총격을 당한 전투기는 모두 추락해 귀환하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책은 사라진 총알구멍을 인지하지 못한 경우처럼 살아남은 펀드 수익률만을 보며 투자를 결심하는 것 역시 ‘생존 편향’에 빠진 결과라고 말한다. 수학은 ‘알 수 없는 것을 알려주는 마술’보다 ‘무심코 지나친 것을 정확히 가늠하도록 돕는 도구’에 가깝다. 제목이 ‘맞히는 법’이 아니라 ‘틀리지 않는 법’인 이유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나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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