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계발 수업│안나 카타리나 샤프너 지음│윤희기 옮김│디플롯

영국 켄트대 문화사 교수인 안나 카타리나 샤프너의 ‘자기계발 수업’은 상업적으로 오염된 자기계발서 시장을 비판하며 유구한 역사를 지닌 자기계발의 본질을 되짚는다.  게티이미지뱅크
영국 켄트대 문화사 교수인 안나 카타리나 샤프너의 ‘자기계발 수업’은 상업적으로 오염된 자기계발서 시장을 비판하며 유구한 역사를 지닌 자기계발의 본질을 되짚는다. 게티이미지뱅크

인류 2500년 자기계발 역사
10가지 주제로 체계적 정리

‘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
‘간소한 삶’설파한 루소·소로
지금 이 순간을 사는 법 담아


‘자기계발서’는 언제부턴가 당당한 출판의 한 장르가 됐다. 무엇 하나 믿을 것 없는 시대다 보니, 사람들은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한때는 생존을 모색했고, 요즘은 ‘나 이만큼은 노력했어’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자기계발서가 비교적 최근 득세했을 뿐, 사실 자기계발은 인류 역사와 늘 함께했던 하나의 ‘시대정신’이었다. 영국 켄트대 문화사 교수인 안나 카타리나 샤프너의 ‘자기계발 수업’은 2500년에 걸쳐 인류가 자기계발을 위해 애쓴 흔적을 10가지 주제로 정리한 책이다. “자기계발에 도움이 되는 체계적인 계획을 나름대로 합당한 수준에서 시도”해본, “그와 관련된 책도 수없이 많이 읽었”던 저자는 자기계발이 “인류의 진보를 믿은 자조(自助)의 역사”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첫 번째 명제로 델포이의 격언 “너 자신을 알라”를 호출한다. 소크라테스는 후학들에게 이 격언을 삶으로 살아낼 것을 권했다.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소중히 여기며 미래에 무엇을 희망하는지 모른다면” 우리는 스스로를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거리의 철학자였던 소크라테스가 시장통을 돌며 젊은이들에게 “너 자신을 알라”고 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저자는 “소크라테스식 자기 알기는 우리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는 의미”라면서 자신의 결점과 편견을 투명하게 깨닫는 일이야말로 자기계발의 진지한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흔한 처방 중 하나가 “내려놓아라”다. 내려놓음은 마음을 홀가분하기 위해 하는 요식 행위가 아니다. 서양의 내려놓음은 “개인의 욕구와 충돌할 경우 사회적 기대를 버리라” 혹은 “관습을 깨고 자신의 고유함과 특유성”을 찾는 데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서양의 내려놓음이 “사회 관습에서 우리 자신을 해방”시키고 “자기애적 집착을 버리고 영혼 밖에서 의미를 찾”게 되면, “자기 본위를 옹호하고, 기업가정신의 유연성과 적응성을 위한 비결”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요즘 흔한 자기계발서들은 이 계열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반면 동양, 그중 도교는 “삶이 어떠하든 간에 삶과 근본적으로 화해하고 감수하는 마음가짐”을 권한다. 한마디로 “자연 질서에 저항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마음을 지배하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오늘날처럼 먹을 것, 입을 것 등이 넘쳐나는 시대는 아마 드물 것이다. 하지만 대단한 것들이 뭐 그렇게 많았을까 싶은 그 옛날에도 사람들은 “간소”한 삶을 동경했다. 여러 종교의 사상가들은 “금욕적 삶의 기술을 설파”했는데 이는 “온건하든 극단적이든 모든 금욕주의는 검소함이 영성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전제”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이어 저자는 “간소해져라”라는 자기계발 덕목을 “오늘날 사용하는 간소함이나 소박함”이라는 의미로 재창조한 사람들로 “18세기 철학자 루소와 19세기 미국의 초월주의자 소로”를 지목한다. 두 사람이 “점점 복잡해지는 세상에서 벗어나고자 삶을 간소화하려고 노력”했으며, “삶의 진정성을 찾고자” 자연으로 떠남으로써 많은 현대인의 간소한 삶의 모본이 됐다는 것이다.

숱한 자기계발서를 읽고 갖가지 방법을 실천한대도 오늘이 즐겁지 않으면 별무소용. 우리는 현재를 살면서도 대개는 찬란했던 과거나 장밋빛 미래를 그릴 때가 많다. 과거를 반추하고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니지만, 그것에 매몰돼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다면, 그 삶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상품화의 흔적이 역력히 묻어나는 것이 많지만, 본래 마음챙김은 “지금 이 순간을 사는 방법을 다시 배우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신 마음을 가장 산만하게 하는 스마트폰은 잠시 내려놓는 것이 좋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 하는 분명한 이유를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지금 이 순간은 가장 소중한 것일 뿐 아니라 존재하는 유일한 것이다.” 이 외에도 저자는 마음을 다스려라, 선한 삶을 지향하라, 겸손을 갖추라, 상상력을 발휘하라, 끈기 있게 버텨내라,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라 등의 덕목에 대해 일목요연한 설명과 분석을 내놓는다. 책 말미에 저자는 인류가 지금보다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 애써왔음에도 “우리는 아직 배울 것이 너무나 많다”면서 새로운 자기계발에 나설 것을 추동한다. 개인의 변화와 사회의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만 “오늘날 가장 긴급한 위기들, 예컨대 기후변화, 사회 불평등, 심리적 소외,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민주주의 쇠퇴 등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488쪽, 1만9800원.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