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없어 아내는 홀로 남겨져

일본 아베 신조 전 총리가 8일 오전 11시 30분쯤 나라현 나라시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 연설중 한 남성이 쏜 수제 산탄총을 맞고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다. AP 연합뉴스
일본 아베 신조 전 총리가 8일 오전 11시 30분쯤 나라현 나라시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 연설중 한 남성이 쏜 수제 산탄총을 맞고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다. AP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67) 전 일본 총리가 8일 오전 11시 30분쯤 나라(奈良)시 야마토사이다이지(大和西大寺)역 인근에서 유세 도중 총을 맞아 사망하면서 일본 열도는 깊은 슬픔과 충격에 빠졌다.

해당 소식을 들은 아베 전 총리의 어머니 요코(94·陽子)여사가 정신 착란 증세를 보이고 있고, 아내인 아키에(昭惠) 여사는 병원에서 ‘심정지’ 상태인 남편을 마주한 것으로 알려져 세간의 우려를 사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참의원 선거를 이틀 앞둔 이날, 가두 연설 도중 가슴에 수제로 만든 산탄총에 맞고 쓰러져 몇시간 뒤 사망했고, 용의자 야마가미 테츠야(41·山上徹也)는 살인 미수 혐의로 현장 체포됐다.

아베 신조(가운데) 전 일본 총리가 지난 6월 14일 어머니 기시 요코(왼쪽) 여사의 94번째 생일을 맞이해 부인 아키에 여사(왼쪽서 세번째), 큰형 아베 히로노부(오른쪽서 세번째), 막내동생 기시 노부오(오른쪽) 방위상 등 가족과 모여 기념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아베 신조 페이스북 캡쳐
아베 신조(가운데) 전 일본 총리가 지난 6월 14일 어머니 기시 요코(왼쪽) 여사의 94번째 생일을 맞이해 부인 아키에 여사(왼쪽서 세번째), 큰형 아베 히로노부(오른쪽서 세번째), 막내동생 기시 노부오(오른쪽) 방위상 등 가족과 모여 기념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아베 신조 페이스북 캡쳐

일본 시사주간지인 슈간겐다이(週刊現代)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한 집권 자민당 의원은 “가장 걱정되는 것은 94세가 된 아베 전 총리의 어머니 요코의 심경”이라며 “관계자에 따르면 (요코 씨가) 정신 착란 증세를 보였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정치 거물’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의 딸인 요코 여사는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 전 외무상과 1951년 결혼, 둘째인 아베 전 총리를 비롯해 슬하 3남을 두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달 14일 요코 여사의 94번째 생일을 맞이해 도쿄 자택에서 형제들과 함께 축하 파티를 열기도 했다. 해당 자리에는 아키에 여사, 외가에 양자로 보냈던 삼남인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상 가족도 참석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지난 7일 생전 마지막으로 올린 참의원 선거 유세 현장 사진. 아베 신조 페이스북 캡쳐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지난 7일 생전 마지막으로 올린 참의원 선거 유세 현장 사진. 아베 신조 페이스북 캡쳐
아베 전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 여사는 피격 사건 발생 1시간 뒤인 이날 오후 12시 25분 쯤 도쿄(東京)도 자택에서 승용차를 타고 출발했다. 아키에 여사는 오후 3시 15분 쯤 교토에 도착, 급행 열차를 타고 간 나라(奈良)시의 병원에서 남편의 사망신고를 받아 들었다. 경호원들에게 둘러 쌓인 아키에 여사는 양손에 여행 가방을 든채 고개를 푹 숙인 모습이었다.

나라현립의과대 부속병원 의료진은 8일 오후 6시쯤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의 가족분(아내 아키에 여사)이 병원에 도착하기 전, 구급차에서 내렸을 때부터 (아베 총리는) 계속 심정지 상태였다”고 밝혔다.

아키에 여사는 1987년 아베 전 총리와 결혼한 뒤,줄곧 그의 정치 인생을 함께 해왔다. 아베 전 총리 부부 사이에는 자녀가 없다. 아키에 여사는 과거 “자녀를 가지려고 불임 치료를 오래 받았지만, 잘 되지 않았다”며 언론에 고통스러웠던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일본 시민들은 홀로 남겨진 아키에 여사의 정신건강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40대 도쿄도민은 “홀로 남은 아키에 여사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아베 전 총리의 친동생인 기시 방위상 역시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총격은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 행위”라며 “용의자 배경이 어떻든 간에 이는 용납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평소 건강이 안 좋은 것으로 알려진 기시 방위상은 휠체어를 타고 나와 겨우 말을 이어가는 등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8일 오후 일본 도쿄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요미우리 신문 호외를 시민에게 나눠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8일 오후 일본 도쿄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요미우리 신문 호외를 시민에게 나눠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쿄 시민들 역시 충격적에 휩싸여 있었다다. 한 30대 남성은 “동일본 대지진 이래 가장 충격적이다”라며 “그 어떤 상황에서도 이런식의 폭력은 용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베 전 총리가 전날 오후 올린 생전 마지막 페이스북 게시물에도 일본 네티즌들의 추모가 격려글이 달렸다. 지난 7일 아베 전 총리는 참의원 선거에 첫 출마한 후보를 응원하며 “힘든 투쟁, 그녀의 강철 신념에 회장은 불탔습니다. 일본을 지켜낼 후보에 힘을!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적었다. 해당 글에 한 네티즌은 “선생님 부디 빨리 회복하시기만을 기도합니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하지만 ‘일본 역대 최장수 총리’였던 아베 전 총리는 본인이 평생 업으로 삼아온 정치 유세 현장에서 비극적인 사건으로 세상과 작별을 고했다.

김선영 기자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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