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하며 갭투자 많은 지방 중소도시 위험, 곳곳에서 역전세 속출

올해들어 집값이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진입하면서 전국에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80%를 넘는 지역이 속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전세’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대출규제와 금리 인상, 경기 여건 악화 등으로 집값은 내림세를 보이는 반면 전세 수요는 꾸준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에서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5월 기준)이 80%를 넘는 지역이 18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남 광양과 경북 포항 북구가 85.0%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충북 청주 서원구(84.3%), 경기 여주(84.2%), 충남 당진(83.4%), 전남 목포(83.3%), 충남 서산(82.6%) 등도 80%를 훌쩍 넘었다.

올해 들어 대출규제와 금리 인상, 경기 여건 악화 등에 집값이 하락한 반면 전셋값은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전세가율이 80%를 넘으면 추후 집을 팔아도 대출금이나 전세보증금을 충당하기 어려운 ‘깡통 전세’가 될 위험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방 곳곳에서 전셋값이 매매 가격을 웃도는 ‘역전세’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전남 광양시 중동의 A아파트 55㎡은 지난 4일 7300만 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불과 일주일 전인 6월 28일에 거래된 매매가는 5350만 원이었다. 전셋값이 1950만 원 높은 수준이다.

경북 포항시 북구 용흥동의 B아파트 89㎡도 지난 4월16일 1억2000만 원에 매매 됐다. 이후 5월20일에는 보증금 1억3300만 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포항 북구에서만 최근 3개월 사이 전세 가격이 매매가보다 더 비싼 거래가 22건에 달했다. 충북 청주 지역 역시 최근 전세가율이 급격히 높아졌다. 청주시 사천동 C아파트 69㎡는 지난 4월 8000만 원에 실거래됐는데 한 달 뒤 같은 단지 아파트가 보증금 1억 원에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경기 여주, 이천, 평택 등 수도권 외곽에서도 저가 소형 아파트나 빌라 시장을 중심으로 ‘역전세’가 나타나고 있다. 여주시 가남읍의 D아파트 80㎡는 전세물건이 지난 6월3일 9500만 원에 계약됐는데 직전(5월21일) 매매가가 8000만 원이었다. 이천시 증포동의 E아파트 84㎡도 지난달 매매가격 1억4300만 원보다 1200만 원 비싼 1억5500만 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부동산중개업계에서는 당분간 집값 하락 국면이 지속돼 세입자가 전세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가 나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방에서 투기세력이 몰렸던 지역은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가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전세가율이 85%에 이르는 경우 집값이 10~15%만 내려가더라도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

한 부동산컨설팅 회사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등으로 주택시장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며 "지방 아파트나 수도권 빌라 등은 깡통전세 피해 가능성이 큰 만큼 매매·전세 거래 모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깡통전세 등 전세 피해 사례가 늘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북부관리센터를 방문해 보증제도를 악용한 다주택 악성 채무자가 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조만간 전세 피해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김순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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