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공공기관 파티 끝났다” 개혁예고
재정 긴축보다 어려운 인력 구조조정이 최대 복병


“긴축을 해야 하지만 앞으로 신규채용은 어떻게 할지 고민이 큽니다.”
9일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에 대해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지난 정부에서 급증한 인력 문제에 대해 고민이 깊다고 토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는 말로 향후 강력한 개혁을 예고했다. 지난 정부에서 공공성을 명분으로 공공기관들의 수와 규모는 늘었지만 이와 동시에 각 기관의 재무 건전성도 악화하며 더 이상 손 놓고 볼 수 없다는 게 윤석열 정부의 판단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공기업·준정부기관·강소형기관을 합친 국내 공공기관은 총 350개로, 인력은 44만명, 연간 예산은 약 761조 원(국가 예산의 1.3배)이다. 지난 5년간 공공기관 수는 29개 늘었고 인력은 11만6000명이 증가했다. 부채 규모도 84조 원 늘었다.
이미 각 공공기관은 성과급 반납 등 자체 긴축 재정에 돌입했다. 기재부는 지난해 경영실적 평가결과와 결산 재무지표를 통해 ‘재무위험기관’으로 14개 기관을 꼽았다. 한국전력공사와 발전사들, 그리고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이 포함됐다. 이들 기관은 이달 말까지 비핵심자산은 매각하고 투자·사업은 정비해야 한다. 또 경영 효율화 방안을 포함한 기관별 5개년 재정건전화 계획 수립과 함께 공공기관 임원 급여와 인력, 조직, 기능 전반의 혁신안도 내놓아야 한다.

문제는 인력 부분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공공기관 채용 확대를 통한 일자리 늘리기로 인해 각 공공기관 인력들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7년 2만2659명이던 공공기관 신규채용 수는 2018년 3만3894명으로, 2019년엔 4만1322명까지 늘어났다. 당시 ‘일자리 정부’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는 손쉽게 공공기관 신규채용 수를 대폭 확대했다. 1년에 한 차례 실시하던 공개채용도 두 차례로 늘린 곳도 상당수다.

이젠 이런 채용도 어렵게 됐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본사 직고용 인력도 늘어나 이들에 대한 인건비 자체가 기관의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변했다. 코레일과 같이 강성 노조가 있는 공공기관은 과거 기관장이 노조와 합의한 내용들로 인해 인력에 대해 손을 쓰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부처들은 산하 기관의 기능·역할에 대한 구조조정을 통해 점진적으로 과잉인력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복안이다. 정부 관계자는 “각 공공기관의 기능·조직개편은 필연적으로 인력의 조정을 수반한다”며 “지난 정부에서 과도하게 늘린 인력 문제가 앞으로의 난제”라고 말했다.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 의지는 강하지만 이미 뽑은 인력을 조정하는 문제를 해소하긴 쉽지 않다. 공공기관 방만 경영의 핵심에는 과도한 인건비가 있다. 이에 대한 개선 없이는 공공기관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공감대는 있지만 누구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고 싶어 하지 않는 모습이다. 정부 내부에서조차 노동계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에 대해 엄청난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는 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인데 노동계의 반발이 클 경우 노동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도 개혁에 차질을 빚을 수가 있다”며 “노동계의 반발을 사지 않는 선에서 조직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인력 조정을 진행시켜야 하는데 똑 부러지는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박정민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