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의 우완 불펜 요원 서동민(28)에겐 ‘환골탈태’가 딱 들어맞는 수식어다.
서동민은 철저한 무명이었다. 지난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6라운드 58순위로 SK(현 SSG) 유니폼을 입었지만 2019년에야 1군 데뷔전을 치렀고, 지난해까지 29경기에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5.19에 그쳤다.
하지만 올핸 무명의 설움을 떨치고 1군에서 존재감을 발산 중이다. 서동민은 7일 기준 15경기에서 1승 1패 4홀드를 챙겼고, 평균자책점은 불과 1.13밖에 되지 않는다. 세부 피칭 내용 역시 빼어나다. 이닝당출루허용률(WHIP)은 0.75, 피안타율은 역시 0.130으로 준수하다. 서동민은 6월 1군 콜업 후 추격조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어엿한 필승조로 도약했다.
서동민이 환골탈태한 비결은 ‘슬라이더’. 슬라이더는 변화구 중 가장 익히기 쉬운 구종. 일반적인 슬라이더 그립은 중지를 실밥과 나란히 하고 검지를 옆에 붙인다. 슬라이더는 홈플레이트의 약 60㎝ 앞에서 던지는 손과 방대 반향으로 변화하기에 배팅 타이밍을 맞추기 쉽지 않다. 그래서 오른손투수는 오른손타자, 왼손투수는 왼손타자와의 승부에 주로 쓴다. 하지만 슬라이더는 투수마다 그립은 조금씩 다르고,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 구사도 가능하다.
140㎞ 초반 평범한 직구를 던지는 서동민은 경쟁력을 기르기 위해 20년 넘게 슬라이더라는 한우물만 팠다. 20년 넘게 갈고 닦은 서동민의 슬라이더는 특별하다. 옆으로 휘어지는 일반적인 횡슬라이더 외에 아래로 떨어지는 종슬라이더를 함께 구사한다. 조웅천 SSG 투수코치는 “한 투수가 두 가지 슬라이더를 던지는 것은 매우 드물다”고 표현했다.
슬라이더가 아래로 변화하면 배트에 맞는 공의 면적이 작아 그만큼 타자와의 승부에서 유리하다. 타자 앞에서 휙 하고 떨어지기에 타자가 힘껏 배트를 휘둘러도 좀처럼 정타로 연결되지 않는다. 물론 서동민의 횡슬라이더도 위력적. 특히 오른손타자를 상대할 때 9.3㎝나 더 꺾인다. 똑같은 폼에서 두 가지 슬라이더를 던지는 투수는 공략이 쉽지 않다. 여기에 서동민은 두 슬라이더를 던질 때 스피드에 변화를 줘 강약 조절에도 능하다. 주변에서 서동민을 ‘슬라이더 장인’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서동민은 “카운트를 잡을 때와 승부구로 활용할 때 그립을 깊게 혹은 얇게 잡는 방식으로 변화를 주고 있다. 자세한 것은 영업 비밀”이라며 웃었다.
불펜이지만, 프로 입문 이후 처음 누리는 ‘필승조’의 일상. 하지만 서동민은 마음을 매일 다잡는다. 오는 16일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 리베로 김연견(28)과 결혼하는 서동민은 “2군에 오래 있으면서도 꾸준히 내가 잘하는 것만 준비하면 기회가 온다고 생각했다.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야구장에 나가는 게 너무 즐겁다”고 활짝 웃었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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