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치료도 ‘개인 맞춤형’ 시대 유전자 분석해, 항암 타겟 치료 가능 유전자 분석 ‘NGS 검사’, 검사 대상은 5년째 제자리
사망률이 가장 높은 암은 폐암이다. 최근 국내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폐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2019년 한 해만 1만8000여명으로, 우리나라 암 사망자의 5분의 1을 넘게 차지하고 있다. 과거에는 흡연이 폐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최근에는 폐암 환자 10명 중 3명이 비흡연자로 밝혀지면서, 비흡연자에게서 관찰되는 종양 유발 유전자 돌연변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유전자 돌연변이는 폐암의 주된 발병 원인 중에 하나다. 폐암으로 진단되면 유전자 검사를 통해 어떤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는지 밝혀내고, 표적치료제의 반응을 예측하면서 약제 내성까지 확인할 수 있다. 유전자 활성화 돌연변이가 있는 폐암은 특정한 폐암 세포만 억제하는 표적 치료가 가능하다. 이를 위해 유럽암학회(European Society for Medical Oncology, ESMO)는 폐암 진료 지침을 통해 정기적인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ext-generation sequencing, NGS) 검사를 통해 유전자 변이를 살펴볼 것을 권고하고 있다. 진단과 치료를 넘어 환자의 유전체를 통해 건강 상태와 질병의 예후까지 미리 예측하는 ‘정밀의료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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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의료 패러다임 ‘정밀의료’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라는 개념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5년 미국 국정 연설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정밀의료는 개인의 유전체 정보, 진료정보, 생활습관정보 등을 통합 분석해 환자 특성에 적합한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진료의 정확도와 치료 효과를 동시에 높이는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정밀의료의 개념은 지속 확장하고 있다. 과거에는 환자 개개인의 상황을 고려해 서로 다른 치료를 한다는 의미의 맞춤의료(personalized medicine)라는 개념에 집중했다. 현대 정밀의료가 이전과 다른 점은 훨씬 더 많은 양의 데이터, 즉 빅데이터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정밀의료의 확장을 위해서는 유전체 정보뿐 아니라 진료정보와 보건의료 빅데이터 등의 생활기록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연계해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대 정밀의료는 수백만명의 유전 정보와 건강 정보를 수집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약품을 개발하고, 질병과 치료에 관한 새로운 데이터를 축적한다. 국내 정밀의료의 발전 역시 유전체 분석 기술, 빅데이터 처리 등 IT 기술, 유전체 편집 등 바이오 관련 기술의 향상에서 시작됐다. 2017년 보건복지부는 정밀의료 기술개발을 국가전략 프로젝트로 선정한 바 있다. 정밀의료 생태계 조성 및 인프라 구축을 실현할 ‘정밀의료 사업단’을 출범, 2021년까지 5년 동안 631억 원을 투자하는 등 한국형 개인맞춤의료 실현을 투자하고 있다.
◇개인 맞춤형 시대 본격화
정밀의료가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 중인 치료 분야는 바로 ‘항암’이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정밀의료의 개념을 처음으로 소개하면서 가장 첫 번째로 언급한 목표는 역시 ‘암’ 치료였다. 암 정밀의료의 발달은 암환자들의 치료 결과를 개선하고 전체 보건의료 시스템의 비용을 경감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에서도 암은 10년 넘게 국내 사망원인 1위를 지키고 있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2012년 이후 매년 20만 명 이상의 암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8만 명 이상이 암으로 사망했다. 정밀의료의 발전으로 암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 변이를 파악하고 이에 적합한 항암제를 선택하는 ‘개인 맞춤형 치료’로 항암 치료 패러다임이 진화하면서 암 치료 분야는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항암 정밀 의료 분야에서 유전체 분석 기술은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 변이를 찾아내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 전략을 세우는데 유용하게 사용된다. 과거에는 종양이 발생한 신체적 위치에 따라 암을 치료했다면, 이제는 유전체 검사를 통해 확인된 바이오마커에 기반하는 치료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유전체 분석 기술을 통해 암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면서 해당 유전자 변이(바이오마커)를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가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유전자 기반 표적항암제는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 특징을 찾아내고 이를 표적으로 개별화된 치료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전 세대의 항암제와 차별화된다.
김상위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전통적인 암 치료의 패러다임처럼 암이 발생한 위치에 따른 치료가 아닌 특정 유전자의 특징을 중심으로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유전자 기반 표적항암제는 진정한 정밀의학의 실현을 가능케 하는 차세대 항암 치료 트렌드가 될 것”이라며 “이러한 항암제 발전 속도에 맞춰 특정 유전자 진단을 가능케 하는 유전체 검사도 함께 활성화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핵심 기술 ‘차세대 염기서열분석’
이러한 암 치료 분야에서 정밀의료의 핵심은 유전체 정보다. 암세포의 유전자 변이 특성을 분석한 결과, 동일 환자의 체내에서 암세포가 시간의 경과에 따라 진화하며 유전자 변이를 새롭게 획득하는 현상이 확인됐고, 이를 바탕으로 ‘암세포 유전자 변이의 다양성과 진화’ 개념이 널리 인식되면서, 유전체 정보 분석 기술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많은 사람들의 유전체 분석을 할 수 있는 ‘차세대 염기서열분석’ 기술을 통해 정밀의료는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검사는 유전체를 무수히 많은 조각으로 나눈 뒤 염기서열을 조합해 유전체를 해독하는 분석방법이다. 환자가 가지고 있는 특정 유전자 변이를 찾아내는 NGS 검사의 장점 중 하나는 한번의 테스트만으로 수백, 수천, 심지어 백 만 개에 달하는 표적을 동시에 찾아낸다는 것이다. 현재 NGS 검사는 수백 개의 유전자들에서 삽입과 삭제, 재배열, 증폭이나 손실을 포함한 유전자 변이를 찾아내는 수준까지 발전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부터 NGS 기반 유전자 패널 검사를 건강보험 조건부 선별 급여 적용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암환자 및 유전성 질환 의심 환자는 검사비의 50%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이후 일부 고형암에만 적용되던 급여 기준은 전체 고형암으로 확대됐고, 초기 고형암 환자의 본인부담률이 조정되는 등의 변화가 있었다.
◇필수 유전자 재평가 시급
하지만 급여 대상 필수 유전자의 종류만은 5년째 그대로다. NGS 검사를 적용할 수 있는 암종의 범위는 넓어졌으나 검사 대상이 되는 유전자 구성은 변화가 없는 것이다. 항암 치료 환경의 발전으로 폐암, 유방암, 대장암, 식도암, 난소암 등 다양한 암종 치료에서 가능성을 입증한 RET, MET, NTRK 등 이머징 바이오마커들은 아직 NGS 기반 패널 검사의 필수 유전자로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국회와 학계를 중심으로 NGS 검사의 ‘필수 유전자’ 종류를 추가,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올해 선별급여 재평가 시 필수유전자 항목확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학계와 임상 현장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 교수는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암의 발생 및 진행 과정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유전자 변이들이 발견된 만큼, 이제 항암 치료에서 다양한 유전체 정보를 동시에 검출할 수 있는 포괄적인 검사가 필수적”이라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정밀의료 기술에 국내 보건당국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보다 많은 환자들이 질병으로부터 자신의 일상을 지킬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