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성 지닌 장애인 변호사 役 눈동자·걸음걸이까지 표현하며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시청자들 마음 단박에 사로잡아 6살때부터 쉬지 않고 성실히 연기 드라마 ‘청춘시대’부터 빛 발해
이 드라마, 심상치 않다. 사실 ‘천재성을 지닌 자폐인’이라는 소재나, 미궁에 빠졌던 사건을 주인공의 능력으로 해결해 나가는 법정물이 그렇게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따뜻하고 사랑스럽다. 0.9%의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최근 4회 시청률은 5.2%까지 올랐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 우영우가 대형 로펌에 들어가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ENA채널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우영우) 이야기다.
하나의 드라마를 성공시키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배우, 감독, 작가 등등. 하지만 ‘우영우’의 경우, 주인공인 우영우 역을 담담하고 사랑스럽게 표현해내고 있는 배우 박은빈의 지분이 7할 이상 아닐까. 인터넷과 SNS에는 박은빈의 연기를 칭찬하는 글들이 넘쳐난다. 박은빈이 아닌 우영우는 상상하기 힘들다.
◇자폐인 변호사 연기…박은빈의 ‘담담한 용기’
어려운 역할이다. 장애를 가지지 않은 사람이 장애인을 연기하기는 쉽지 않다. 장애인을 표현하는 자체의 어려움은 물론, 작은 손짓 하나로도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사실은 여러 배우에게 큰 부담이 된다. 박은빈도 지난달 열렸던 ‘우영우’ 제작발표회에서 “캐릭터에 잘못된 접근을 할까 봐, 연기하면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게 될까 봐 걱정했다. 그 부분이 가장 조심스러웠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은빈은 몇 번의 고사 끝에 우영우 역을 맡았다. 지난해 드라마 ‘연모’에 출연하기 전부터 ‘우영우’ 출연 제안을 받았으나 자폐인 연기에 대한 부담감과 촬영 스케줄로 몇 번을 고사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영우’의 유인식 PD는 ‘박은빈이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연모’ 촬영이 끝날 때까지 1년 가까이 기다렸다. 마침내 박은빈이 “감독님과 작가님을 신뢰한다. 용기를 내보겠다”고 출연을 결정했을 때 유 PD는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자폐인을 연기한 배우로는 영화 ‘말아톤’의 조승우, ‘그것만이 내 세상’의 박정민, ‘굿 닥터’의 주원, ‘증인’의 김향기 등이 있다. 박은빈은 “모방하고 싶지 않았다. 모방을 최우선으로 배제했다”고 말했는데 실제 박은빈의 자폐 연기는 지금까지 봐온 자폐인 연기와 사뭇 다르다. 흔들리는 눈동자와 어딘가 어색해 보이는 걸음걸이 등 박은빈이 표현하는 자폐는 크게 오버하지 않는 대신 담담하게 ‘디테일’을 살린다. 문을 열고 들어갈 땐 손가락으로 몇 초를 센 뒤 들어간다거나 김밥 속 햄을 모두 꺼내 가지런히 놓는 것은 낯섦을 두려워하는 자폐인의 모습을 드러낸다. 이와 함께 박은빈은 끊임없이 고래 이야기를 하며 행복해하는 우영우의 모습을 사랑스럽게 연기한다.
◇5살 데뷔…한 해도 연기 쉬지 않은 박은빈의 성실함
1992년생인 박은빈은 1996년 아동복 모델로 데뷔했다. 박은빈의 작품 목록을 보면 그의 ‘성실함’이 드러나는데 ‘사랑과 이별’(1997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거의 매해 드라마를 해왔다. 7살 때 ‘백야 3.98’(1998년)에서 박상원의 딸 ‘소영’을 연기했고 이후 ‘명성황후’(2001년), ‘서울 1945’(2006년), ‘강남엄마 따라잡기’(2007년) 등에 출연했다. 작품이 발표되지 않은 때는 2008년과 2010년, 2015년뿐인데 2010년에는 영화 ‘고死 두 번째 이야기:교생실습’에 출연했다.
성실히 쌓아온 연기 경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건 드라마 ‘청춘시대’(2016년) 때부터다. 본인도 “실제 나와 180도 다른 인물”이라고 밝힌 바 있는, 음주가무·음담패설에 능수능란한 ‘송지원’ 역을 통해 박은빈은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을 크게 넓혔으며 마니아층으로부터 크게 사랑받았다. 이후 ‘스토브리그’(2019년)에서는 당당함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2020년)에서는 순수함을 보여줬다. ‘연모’(2021년)에서는 여아라는 이유로 버려졌다가 남장을 통해 세자로 살아가게 된 ‘이휘’ 역을 맡았는데 섬세하고 입체적인 내면 연기로 젊은층부터 중장년층에 이르는 시청자들의 극찬을 받았다. ‘연모’로 그는 KBS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상도 거머쥐었다.
여담으로 박은빈은 지난 2002년 KBS 개그콘서트에서 ‘수다맨’을 부르는 소녀로 약 3개월간 고정출연을 했다. 이 사실이 화제가 되면서 팬들은 “수다맨에게 조기 교육을 받아 저렇게 발음이 좋은 것”이라고 농담 섞인 칭찬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박은빈은 정확한 발음과 발성으로 유명하다. ‘우영우’에서도 긴 대사를 빠르고 정확하게 소화해낸다.
박은빈이 ‘우영우’ 출연을 결심하자 유 PD는 그에게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 주겠다”고 장담했다고 한다. 총 16부작 중 지금까지 공개된 것은 4부까지로, 아직 많은 이야기가 남아 있지만 유 PD의 말이 공염불에 그칠 확률은 낮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