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직대체제 대통령 의중 실려” “權, 尹에 원하는 답 못들은 것” 친윤 내부 ‘세력분화’ 본격화
권성동(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만나 ‘당 총의를 모아 결정하라’고 한 것은 여당 내 분란이 권력 투쟁으로 비칠 수 있음을 경계하고 내홍 봉합에 우선순위를 둬달라는 의중을 표시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당무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원론적인 발언이지만, 여당 내 상황 및 친윤(친윤석열)계 갈등과 맞물리면서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12일 윤 대통령의 당시 발언에 대해 “원내대표가 찾아와 ‘이런 방향으로 가겠다’고 하는데 대통령이 대놓고 반대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며 “의원들 의견을 더 듣고 다시 생각해보라고 하신 말씀”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도 “권 원내대표가 대통령을 만나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용산 대통령실 안팎에선 윤 대통령의 의중이 ‘조기 전당대회’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상황을 계속 끌고 가느니 하루빨리 수습하고 극복하는 게 맞는다”고 했다. 다만 다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당무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확고하다”고 말했다.
반면 권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회동 직후인 11일 곧바로 의총을 열어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확정했다. 이준석 대표의 당원권 6개월 정지 상태를 당헌·당규상 ‘궐위’가 아닌 ‘사고’로 해석해 6개월간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가져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조기 전당대회 개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주장하는 의견이 나온 데 대해 “그야말로 소수 의견에 그쳤다”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권 원내대표가 당헌·당규를 들어 적극적으로 설득했다”며 “당연히 대통령의 의중이 실려 있을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발언과 당 수습책에 대한 친윤 그룹 내 이견을 놓고 대선 공신인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들의 세력 분화가 본격화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의원모임 ‘민들레’에 대해 권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이 서로 엇갈린 의견을 노출한 데 이어, 당 수습책에 대해서도 두 사람이 정반대의 주장을 펼치면서다. 장 의원과 가까운 한 여권 인사는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가 누구에게 가장 유리한지를 봐야 한다”며 “권 원내대표가 지나친 욕심을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력 당권 주자인 권 원내대표의 경우 조기 전당대회가 치러지면 원내대표 사퇴 후 출마하기 어렵기 때문에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가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장 의원은 조기 전당대회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어려운 상황일수록 원칙대로 해야 한다”며 조기 전대 개최 주장 등을 반대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두 사람이 호형호제하던 세월이 얼마인데, 서로 엇갈려 너무 먼 길을 와버렸다”며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