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출간 전 미리 원고를 읽고 리뷰를 쓰는 ‘가제본 서평단’도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 서평단처럼 단순히 후기를 남기는 것을 넘어 제목 선정과 디자인에도 관여하며 ‘아마추어 편집자’ 역할을 하고 있다. 출판사는 서평단으로부터 인상 깊은 한 문장, 책을 소개하고 싶은 대상 등에 대한 의견을 들어 마케팅에 활용한다.
지난해 위즈덤하우스는 소설가 정세랑의 에세이집 출간을 앞두고 독자 100명을 상대로 긴급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여러 개의 제목 후보를 놓고 고민한 끝에 독자들에게 SOS를 친 것이다. 이들은 위즈덤하우스가 독자를 편집에 참여시키기 위해 뽑은 ‘SSA(Story Security Agency) 비밀요원’이었다. 비밀요원들은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받아 읽은 뒤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에 가장 많은 표를 던졌고, 결국 이들의 의견대로 제목이 결정됐다. 위즈덤하우스 관계자는 “현재까지 총 아홉 기수의 비밀요원을 선발했다”며 “과거엔 이미 출간된 책을 무료로 제공해 온라인 서평을 독려하는 수준이었다면 최근엔 가제본 서평단을 통해 출간 전부터 독자를 참여시켜 마니아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제본의 경우 출간 예정인 책을 그대로 제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가제본 이벤트를 위해 책을 따로 기획한다고 한다.
휴머니스트는 올해 4월 60대 여성이 여러 일자리를 전전하며 겪은 일을 그린 논픽션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를 출간하기 전 박연준 시인과 윤성희 소설가의 글을 수록한 이벤트용 도서를 별도로 제작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출판 마케팅의 핵심은 SNS에서 독자와의 접점을 늘리는 것”이라며 “가제본 이벤트는 ‘후기를 통한 홍보 효과’를 얻는 것뿐 아니라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해 고정 독자층을 확보하려는 의도에서 기획된다”고 말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