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첫 경제팀인 추경호호(號)는 이명박 정부 두 번째 경제팀인 윤증현호와 자주 비교된다. 현재 한국 경제를 둘러싼 제반 상황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하던 시절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 경제 여건은 윤 장관이 취임하던 시절보다 훨씬 열악하다. 외환위기 시절을 제외하면 사실상 역대 최악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우선 통화신용정책 측면에서 보면, 윤 장관이 취임하던 2009년 2월에는 금융위기를 맞아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2008년 8월 5.25%에서 2.0%로 무려 3.5%포인트나 낮춰진 상태였다. 시중 유동성(돈)을 늘려 경기 하락에 대응하기 쉬운 환경이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금은 2020년 5월 0.50%까지 내려갔던 기준금리가 1.75%까지 오른 상태다. 더욱 중요한 점은 앞으로 미국이나 한국의 기준금리가 폭발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시중 유동성이 줄면, 경기에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재정정책 측면에서 봐도, 현 상황은 윤 장관이 취임하던 시절보다 훨씬 나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인 2008년 말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309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6.8%에 불과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660조2000억 원이었던 국가채무는 올해(2차 추경 기준) 말에는 1068조8000억 원으로 5년 만에 무려 61.9%(408조6000억 원)나 폭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채무비율도 50.1%로 상승한다. 이에 따라 윤 정부는 지난 7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건전 재정 기조로 대전환”을 천명하고 나섰다. 경기 추락이 눈앞에 닥쳐오고 있는데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은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빠른 속도로 돈줄을 조여야 하는 진퇴양난의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고통 분담과 위기 극복을 위해 똘똘 뭉친 국민의 협조밖에 기댈 곳이 없다. 경제정책을 어떻게 운용하느냐는 그다음 문제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이 현 상황을 인식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확한 좌표를 제시해야 한다. 정부가 국민에게 제시하는 좌표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기재부가 내놓는 경제전망치다. 그런 측면에서 추경호 경제팀이 지난 6월 13일 내놓은 올해 수정 경제 전망치는 안이하기 그지없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가 내놓은 올해 실질 성장률 2.6%, 취업자 증가 폭 60만 명, 소비자물가 4.7%, 경상수지 흑자 450억 달러라는 수치를 보면서 현 경제 상황을 위기라고 인식할 국민이 몇 명이나 될까. 정부의 소비자물가 전망치 달성은 이미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많다. 필요하다면 올해 하반기 수정 전망치를 별도로 발표하는 한이 있더라도 경제 상황을 국민에게 정확히 알릴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과 추 부총리는 최근 ‘경제 전쟁’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상황의 위중함을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법만으로는 부족하다. 윤 장관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9년 2월 취임하면서 “올해 한국 경제는 -2% 안팎의 역성장을 할 것”이라고 ‘폭탄 발언’을 한 이유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행히 2009년 한국 경제는 윤 장관의 예상이 빗나가 0.8% 플러스 성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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