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 격화로 공급망 불연속
경제 경쟁이 국가 안보에 직결
尹 ‘가치 공유’ 동맹 시의적절
한국 첨단기업의 미국 내 공장
美 정부 지원 최대한 받게 하고
핵심 광물과 희토류 확보해야
국제사회에서 국익 실현을 위한 각축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에 대두한 경제안보는 경제문제를 ‘안전보장’ 차원에서 다루겠다는 것이다. 경제적 이익 실현이 이른바 총성 없는 전쟁 정도의 심각성을 넘어 나라 간의 생산·공급·소비 등의 관계가 안보를 걱정할 만큼 심하게 왜곡되고 위협받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크게 두 가지 국제사회 흐름의 변화가 그 배경에 있다고 생각된다. 하나는, 미·중 간 관세 인상 줄다리기와 첨단 기술에 대한 상호 견제로 시작된 신냉전이 이제는 글로벌 파워임을 자처하고 나선 중국의 서구식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결정적 계기가 돼 지구촌을 진영 간 대립으로 확실하게 갈라놨다. 이로써 기존 공급망의 곳곳에 불연속이 생겼다. 또 하나는, 1970년대 이후의 교역 자유화와 시장 개방, 특히 지난 30여 년간 지구촌을 풍미한 세계화, 즉 국제 분업의 확산이 사그라들어 보호주의와 쇼어링(생산시설 자국 복귀)으로 대체되면서 공급망과 소비·유통망에 일대 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나라의 기본으로 다져 가겠다고 했다. 이어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가입도 공식화했으며, 지난달에는 나토(NATO) 정상회의에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참석했다.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동맹 내지 협력을 공고히 할 것을 확실히 한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 등 특정 국가를 겨냥하거나 적대시하려는 의도는 아님을 표명했는데도 중국은 무례한 언사까지 동원하면서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 정부의 이러한 대외관계 방향 설정을 적극 지지하면서 경제안보와 관련한 세 가지 제언을 해 본다.
첫째, 미래 산업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와 전기차(EV)용 배터리에 우리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공급망이 다급해진 미 행정부의 요청에 우리 기업들이 적극 호응해 미국 내 공장 설립 계획이 속속 발표됐다. 문제는, 미국 내 공장 건립에 따른 코스트가 매우 높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발동시킨 신북미자유무역협정(USMCA·NAFTAⅡ)의 부품 현지조달 비율(local content) 기준을 맞추려면 원가 구성이 저렴한 남미 등의 공장 입지는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한편, 최근 미국은 이들 산업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했으므로, 이런 지원책들을 우리 투자 기업들이 최대한 받을 수 있도록 정부 대 정부 차원에서 협력이 필요하다. 어려운 여건에서 요청에 응했다면 거기에 대한 응분의 지원이 있는 것이 명실상부한 파트너십일 것이다.
둘째, 앞서 언급한 산업에는 핵심 광물과 희토류의 안정적 공급이 꼭 필요하다. 이런 광물들은 기본적으로 땅덩어리가 있는 곳에 부존한다.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다면 미국, 캐나다, 호주, 인도,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등이 될 것이다. 유통 단계(Downstream)에서 이런 광물들의 안정적 공급을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원천에서 수도꼭지를 잠가 버리면 속수무책이므로, 채굴과 개발(Upstream)이 필요하다. 지난달 캐나다 토론토에서 핵심 광물 연대를 맺기 위한 회의가 있었던 것은 좋은 출발이다. 이런 개발에는 환경문제에 대한 논란과 경비 투입도 불가피하지만, 여기에도 말로만 그치지 않는 명실상부한 상생의 파트너십이 발동돼야 한다.
셋째,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지만, 대외적 공급망과 유통망을 다변화해야 한다. 중국은 이미 수차례에 걸쳐 자국의 자원이나 시장 구매력을 압박의 지렛대로 활용한 바 있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자국산 천연가스의 대유럽 공급을 전략적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굳이 이런 예가 아니더라도 특정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면 여기서 파생될 수 있는 리스크는 다양한 방법으로 대비해야 한다.
안보 협력은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기초 위에 공고해지고 여기에 경제적 이익을 나눠 가질 때 더욱 강화된다. 특히, 경제안보 문제는 국제정치와 지정학적 요인으로 비롯된 만큼 기업의 힘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정부의 몫이 크게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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