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언 미술평론가
강화도 곳곳에 수백 살이 넘은 탱자나무가 많다. 귤의 사촌으로 북한계선을 벗어나 있어 서식이 쉽지 않을 텐데 섬 도처에 산재해 있다. 오래전 대규모 조림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13세기 몽골에 대항하기 위해 강화도로 천도하면서 성벽 밖에 대규모로 식재가 이뤄져 지금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외적의 침입을 막아주는 것은 물론이고, 악한 기운도 막아준다는 벽사(闢邪)의 믿음에 따라 민가에서도 산울타리로 많이 심었던 것 같다.
불굴의 투혼과 기상이 서린 나무들로 오랫동안 우리를 지켜왔다. 물론 하얀 꽃이나 노란 열매가 주는 관상 가치도 적지 않다. 탱자나무를 찾아 화폭에 담아온 화가(정혜자)의 전시장이 참 향기롭다.
이제는 안과 밖의 경계를 짓는 지킴이 역할에서 해방되고, 또한 대열에서 이탈해 광야에 홀로 서 있는 나무. 우리가 그 모습에 주목하고 교감해야 할 이유를 나직하게 이야기한다.
들판에 정체불명의 커다란 그림자가 굉음을 내며 덮쳐 온다. 무언가의 암시 아닐까. 단순한 풍경화가 아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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