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지사가 쏟아지는 장맛비 사이로 우산을 받쳐 들고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인재개발원 미래관 인수위원회 사무실로 들어오고 있다. 김 지사는 취임 나흘 전인 지난달 27일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을 위해 윤석열 정부도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며 “진영과 이념, 논리를 떠나 천하의 인재를 고르게 구해서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규 기자
김동연 경기지사가 쏟아지는 장맛비 사이로 우산을 받쳐 들고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인재개발원 미래관 인수위원회 사무실로 들어오고 있다. 김 지사는 취임 나흘 전인 지난달 27일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을 위해 윤석열 정부도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며 “진영과 이념, 논리를 떠나 천하의 인재를 고르게 구해서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규 기자

■파워인터뷰 -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적 다르다고 실수 바라며
반사이익 얻을 생각 버려야

성공하려면 공감·소통 필수
독단적 의사결정 절대 안돼

난 대권 잠룡 아니라 상머슴
도정 헌신외 다른 생각 안해
모든 역량·경륜 쏟아부을 것


인터뷰 = 이제교 정치부장

김동연 경기지사는 청바지에 파란색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나이키 브랜드는 아니었고 평범한 국산 ‘시장표’였다. “공식일정이 없어 편안하게 입었다”는 말에서 권위와 격식보다 내용과 실재를 중요시하겠다는 의지가 묻어났다. 지난 4일 김 지사는 미화원, 방호원, 청원경찰 등 경기도청 청사를 지키는 36명과 점심을 들었다. 장소는 구내식당, 메뉴는 육개장…. 그는 어려웠던 자신의 과거사를 전하면서 “도청에서 제일 고생하며 일하는 여러분들의 노고를 잊지 않고 4년 임기 동안 잘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지사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고 있다. 임기 보름이 지나지 않았지만 미국 온세미 반도체 연구소를 부천에 유치하는 양해각서도 체결했고, 문화예술인들과 간담회도 갖는 등 연일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에게는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출신다운 빈틈없는 행정관료의 모습이 느껴진다. 그것이 준비이고 계획이라면, 그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6월 27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인재개발원에서 김동연 당시 당선인을 만나 경기도 지사에 임하는 ‘진심’을 들어 보았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지가 1년이 안 됐는데.

“제가 지난해 9월 8일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으니 9개월이 조금 넘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요. 둘 다 공직자였는데 대권 도전, 성공과 실패로 운명이 엇갈렸습니다. 동질감도 있을 것이고 실망과 기대도 교차할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을 위해서 모든 정부가 성공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도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저는 중앙정부가 아닌 야당의 경기지사지만 윤석열 정부가 잘하길 바란다. 이건 제 진심이다. 당이 다르다고 해서 상대방이 실수하거나 잘못해서 반사적 이익을 얻는 식으로 정치판이 흘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확고한 신념이다. 그리고 국민의 선택은 건전한 경쟁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윤석열 정부와 가치와 방향이 같다면 협조해 나갈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행보를 보면 상당히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5년 동안 대한민국을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비전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경제 문제를 보면 신자유주의 또는 MB(이명박) 정부 2기로 가는 것 같아 닥쳐올 가능성이 큰 경제 위기에 제대로 대응할지 걱정이다. 검찰 출신 위주의 인사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지금 천하의 인재를 구해야 한다. 진영과 이념, 논리를 떠나 천하의 인재를 고르게 구해서 써야 한다. 지금 보면 대통령의 인재풀이 너무 좁은 것 같아 걱정된다.”

―인사는 대통령 고유권한이고, 대통령은 모든 정책의 최종책임자인데.

“대선 중에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를 둘 다 만났다. 그때 똑같이 나눴던 얘기가 실패한 대통령이 되는 세 가지 첩경이다. 첫째는 공약을 모두 다 끌어안고 가는 것이고, 둘째는 인(人)의 장막, 셋째는 의사 결정의 과정과 방법이다. 대통령실의 의사결정이 상당히 권위적이고 독단적으로 이뤄지는 것 같다. 국정운영 철학과 정책에 대해서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자기의 가치 실현과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공감과 소통 능력이 필요하다. 국민과 소통하고 공감해야 하고, 정치권에서는 여야 공감이 요구된다. 국가가 나갈 비전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사결정의 양태가 권위적이고 독단적으로 흘러서는 곤란하다.”

―대통령의 솔직한 스타일이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도 큽니다.

“새 정부가 뒤를 돌아보고 반추하면서 빨리 고칠 것은 고치고, 또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자기 회복력을 가졌으면 좋겠다. 물론 어떤 형식보다는 내용을 중요시하고 직선적인 부분에서 장점도 많은 것 같다. 만나서 대화를 나눠보면 솔직한 부분으로 다가오는데, 그런 것들이 좋은 방향으로 작용되면 좋겠다. 국민과의 소통은 보여주기가 아닌 진정성을 갖고 해야 한다. 다른 세상 사람이 아니고 같은 세상 사람이라는 전제에서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경기도 지사 유세 때 재래시장을 많이 갔다. 좌판에 털썩 앉아서 나물을 캐다가 파는 팔십 먹은 어르신들과 우리 어머니도 32세에 혼자 되셔서 산에서 나물 캐는 일을 했다는 얘기도 했다. 그런데 가서 사진 찍고 뭐 물건 사고 껴안고 하는 건 선거를 의식해서 할 수는 있지만 진짜 마음이 통하는 소통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정말 마음으로 일체감과 동질감을 느끼는 소통이 필요하다.”

―경기도는 중앙 정부와 협력할 사안이 많은데 어떤 구상이 있나요.

“중앙과 지방정부의 협력이 원활히 진행될 것이라고 믿는다. 진정성을 가지고 이념과 진영 논리를 떠나서 경기도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나서면, 제가 만드는 정책이 중앙정부에서 생각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과거 경제부총리와 기획재정부 장관, 예산실장을 하면서 지방자치단체와 많은 일을 함께했다. 단체장의 당적이 다르다고 차별한 적도 없다. 정책 방향이 맞으면 여당이든 야당이든 함께 가야 한다. 그렇지 않겠지만 새 정부가 당적을 가지고 차별한다면 실패한 정부가 될 것이다.”

―경기도 부동산 정책이 궁금합니다.

“경기도는 제가 공약한 대로 1기 신도시나 노후 도심 개발을 추진하고 신혼부부나 청년 무주택자를 위한 주택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1기 신도시는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곳이 서로 다른데 특별법을 통해서 진행할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인 만큼 공약대로 추진하려고 한다.”

―경기도에는 1400만 명이 삽니다. 무주택자는 집값이 그동안 너무 올라서, 유주택자는 집값이 떨어져 걱정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돼야 하는지요.

“집값의 하락·인상보다는 안정으로 가야 한다. 집값은 올라도 문제고, 내려도 문제다. 그래서 일정한 범위 내에서 조정이 이뤄지는 안정이 필요하다. 부동산 문제는 종합적으로 봐야 하는데 특정 지역에서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이 이뤄지면 집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를 완충하려는 조치가 같이 진행돼야 한다.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공급 확대가 요구된다. 예컨대 공공부지라든지 그린벨트 일부를 해제해 공급을 늘려야 한다. 환경 문제 발생은 사회정책과 연결시켜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린벨트에 공공주택을 지어 무주택자나 청년 또는 다자녀가구, 신혼부부에게 우선 공급해야 한다.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각종 악기 소리를 조율해야 집값을 안정시킬 수가 있고 사회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가 아닌가요.

“지금은 경제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아닌 경기지사의 입장에서 경기도 부동산 대책과 방법을 고민해 나가겠다. 지금 경제가 심상치 않다. 금리가 올라가고 있고,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원자재 가격 상승에다가 물류비용이 몇 배씩 뛰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풀었던 돈으로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고 어쨌든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 원 달러 환율이 1300원이 넘는데 국가 경제 전체적으로 거시 경제 관리와 부동산에 대한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경기도 차원에서 본다면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투기과열지구나 조정지구를 해제할 생각이다.”

―경기도에는 낙후지역이 산재하고 있습니다. 도민 복지 정책 계획은 무엇인가요.

“경기도에 31개 시군이 있는데 다양한 사회분포를 구성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그대로 갖다놓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대도시와 중소도시, 첨단 산업과 전통 제조업, 인구 밀집 지역과 인구 소멸 지역이 혼재해 있다. 경기도에는 대한민국 인구의 4분의 1인 1400만 명이 산다. 그러다 보니 불균형과 양극화 문제도 심하다. 혁신성장을 통해 파이를 키우고 경제 활성화로 더 많은 기회가 넘치는 경기도를 만들어 나가겠다. 그다음에 포용과 상생의 공동체를 조성해 더 고른 기회가 주어지도록 할 것이다. 두 개의 기회는 지속 가능한 발전 차원에서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과거 성장과 분배의 논쟁을 벗어나 이제 동반 성장을 이뤄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선택적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 두 개를 조화롭게 하는 좋은 모델을 경기도에서 만들어보겠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취임 전인 지난달 27일 경기도인재개발원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기도 민선 8기 의제인 ‘변화의 중심, 기회의 경기도’란 문구 앞에서 “실사구시와 공명정대가 도정운영의 기본지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김선규 기자
김동연 경기지사가 취임 전인 지난달 27일 경기도인재개발원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기도 민선 8기 의제인 ‘변화의 중심, 기회의 경기도’란 문구 앞에서 “실사구시와 공명정대가 도정운영의 기본지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김선규 기자

“도의회 78대 78 동수는 협치하라는 민의… 오히려 좋은 기회”

경기도의원 절묘하게 ‘반반’
진정성 있는 비전 제시 통해
‘협치의 모델’ 보여주고싶어

정약용의 ‘공명정대’가 지침
공무원 비리 등엔 엄정 대처

집값 안정엔 공급확대 필수
그린벨트 해제 후 공공주택
무주택자·신혼부부에 공급


―개발수요가 많은 경기도에서는 각종 인허가 비리가 끊이지 않았는데 대책이 있나요.

“경기도 공무원들 대부분은 성실하게 일한다. 지사로서 우리 공무원들을 신뢰하고 끌어안고 갈 것이다. 만약에 부정과 부패가 있다고 하면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 당선 첫 행보로 남양주에 있는 다산 정약용 선생 생가를 찾았다. 실사구시와 공명정대가 도정을 이끄는 지침이다. 대다수 공무원은 성실하고 올곧게 일하고 있지만, 혹시라도 부정과 부패가 있으면 가만두지 않겠다. 경기도 시군 31개 중에서 민주당 기초자치단체장이 9명, 국민의힘이 22명이다. 그리고 도의회는 78대 78로 양당에서 절묘하게 동수가 나왔다. 영남과 호남은 도의원 구성이 뻔하고, 서울시 의회는 국민의힘이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는데 경기도는 반반이다. 서로 견제하되 건전하게 경쟁하고 협치하라는 민의로 받아들이고 있다. 오히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다른 당 기초단체장이나 광역의원이라고 하더라도 경기도의 발전을 위한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고 진정성을 갖고 협치를 해나간다면 같이 못 할 것이 없다. 협치의 모델을 경기도에서 보여주겠다.”

―이재명 캠프 인사를 쓰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는데, 특별한 이유나 소신이 있나요.

“공직 기용은 특정 계파 인사를 운운할 문제가 아니다. 그런 얘기는 참 낭설이 아닌가 싶다. 비서실장을 공모했는데, 낙점을 이미 해놓고 진행하는 형식절차라는 말이 들려서 공정한 선발을 담보한다는 편지까지 썼다. 경기도 비서실장이 4급인데, 그 직급을 포함해서 그 이상 간부 중에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나중에 사돈의 8촌이 그중에서 나오고, 고등학교와 대학교 동문이 있을지 몰라도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인수위원 중에도 정치인은 한 명도 없었다. 이재명 후보가 됐든 이낙연 전 대표가 됐든 캠프인사는 없었다. 저와 같이 경선했던 안민석 의원이나 염태영 전 시장이나 조정식 의원 캠프 출신도 없었다. 심지어는 제 캠프에 몸담았던 사람도 없다. 제대로 된 도정의 첫 단추는 인사다. 인사는 공정이 필수다. 그래서 선거에서 도와준 분이 많이 있지만 자리를 논공행상으로 하면 안 된다. 물론 그중에 정말 훌륭하고 전문성이 있고 자리에 맞는 분이 있다면 고려해 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을 뛰어넘어 논공행상으로 공직을 나눠주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공정하게 하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이재명 전 경기지사 시절에 있었던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제가 당선되고 취임하기 전에 생긴 일이다. 사법기관이 공정하게 수사하고 공정하게 결론이 내려지면 그대로 진행하면 된다. 정치적 목적을 갖고 정치 보복을 위해 수사가 이용되면 더 큰 후유증이 발생할 것이다. 필요한 부분은 수사하면 된다. 단 정치적 의도나 목적으로 수사가 이용되는 상황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재명 의원의 당대표 출마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본인이 판단할 문제다. 민주당의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는 반성과 성찰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개혁과 변화의 요구를 국민 눈높이에서 바라보지 못했다. 앞으로 민주당이 진정으로 역할을 하려 한다면 먼저 기득권부터 내려놓고 변화와 개혁을 솔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차기 대권의 잠룡이란 평가가 있는데, 기회가 온다면 도전할 것인가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 나는 잠룡도 아니고 그저 경기도의 상머슴이다. 도민들이 저를 힘들게 선택해 줬는데 헌신하는 것이 도리다. 유세 과정에서 말의 빚, 공약의 빚 등 빚을 많이 졌다. 경기도를 위해서 헌신하겠다는 생각으로 왔기에 다른 생각이 1도 없다. 열다섯 살에 경기도로 이사를 왔다. 서울에서 살던 집이 철거되면서 강제이주를 당했다. 지금의 성남시 단대동인데 그때는 광주군 중부면 단대리였다. 거기서 여섯 식구가 천막을 치고 살았다. 끼니를 걱정하던 중학생 천막집 소년이 국가와 사회의 혜택을 받아서 여기까지 왔다. 역량과 경륜을 쏟아부어 경기도를 발전시키고 도민의 삶을 향상시키겠다는 마음밖에 없다. 호사가들이 그런 얘기를 하는 것 같은데 저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지금은 나를 키워준 경기도에 헌신하겠다는 생각밖에 없다.”

―도지사로 관사에 들어가 생활하시나요.

“관사에는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경기도 지사 관사가 1967년에 건설된 지방문화재다. 앞으로 관사를 도민과의 소통 장소로 쓰려고 한다. 경기도의 청년들과 만나고, 자영업자와 농민, 취약계층을 비롯한 사회 각계각층 인사들과 만나서 식사도 하고 대화도 나누는 장소로 활용하려고 한다. 관사에 안 들어가겠다고 하니 경기도에서 아파트를 얻어준다고 했는데 사양했다. 내 돈으로 전셋집을 마련할 것이다.”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와 8907표, 0.1%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는데 선거운동 과정을 말해주신다면.

“31개 시군을 모두 도는 ‘파란31대장정’을 통해 많은 도민을 만났다. 단지 표를 얻기 위한 유세가 아니고 진정성을 가지고 도민과 대화하려고 노력했다. 살아온 궤적이 많은 어려운 분들을 이해하기 좋은 터전을 갖고 있어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었다. 기재부 장관 시절에 측근에게 2억5000만 원 상당의 명절 선물세트를 공급하는 독점권을 줬다는 근거 없는 네거티브 공격에도 시달렸지만 선거운동 과정에서 상대방 후보를 음해하는 공격을 하지 않았다. 네거티브 공격을 받으니 ‘정치 개혁을 꼭 해야겠다’ ‘선거판을 바꿔야겠다’ 하는 생각이 더욱 절실하게 들었다.”

―이제 주목받는 정치인인데, 정치에 뛰어든 이후 가장 마음 깊게 다가왔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글쎄, 가장 인상 깊었던 때는… 솔직히 말하겠다. 군포에서 유세를 하고 단상에서 내려왔는데 어떤 분이 와서 자기 딸이 김동연 후보를 지지하라고 해서 왔다고 하더라. 그래서 ‘따님이 누구신데요’라고 물었더니 우리 큰아이 초등학교 동창이라고 말했다. 9년 전에 잃은 우리 큰아이 초등학교 같은 반 동창이었다.(김 지사는 국무조정실장으로 재직하던 2013년에 27세였던 장남을 백혈병으로 잃었다) 그분과 얘기하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져 같이 부둥켜안고 울었다. 세상에 없는 우리 큰아이가, 어떻게 보면, 다른 세상에서도 나에게 관심을 갖고 지지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가장 생각난다.”

―상을 치르면서도 업무를 챙겼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버지로서 마음이 정말 아프셨을 것 같은데요.

“그때는 특수한 사정이 있었다. 원자력발전 납품 비리가 터졌는데 당시 국무조정실장이었고 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아들의 사망소식을 모르는 정부에서 언론에 상황발표를 하라는 책임이 떨어졌고, 10월 9일 오후에 원전비리종합대책을 내가 직접 발표했다. 그날 오전에 우리 큰아이 발인이 있었다. 엄청 힘들었는데 그때 ‘우리 아이는 이런 상황에 뭐라고 내게 말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우리 큰아이는 살아 있었으면 ‘아빠, 하셔야 합니다’라고 말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다가왔다. 우리 큰아이가 내가 공직에 있는 것을 대단히 자랑스러워 했다.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침에 출근한다.”



34년 공직 거치며 4개 정부서 중용… 성장·복지 함께 가는‘동반성장’밑그림

■김 지사는


김동연 경기지사는 행정고등고시를 거쳐 공직에 임용된 정통 엘리트 관료로서, 노무현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 등에 이르기까지 2번의 정권교체를 겪으면서도 계속 주요 보직을 맡았다. 그가 정치적 성향이 상반된 정권에서도 두루 중용된 비결은 전문 지식과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상황 판단능력과 합리적이면서도 추진력이 강한 업무 스타일에 힘입은 바 크다는 평가다.

34년이라는 시간 동안 공직을 지낸 점에서 보수적인 이미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의 언사나 행적을 보면 상당히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면모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실에서 경제 금융비서관을 맡으며 경기 침체에 적극적인 정책으로 맞서는 등 글로벌 금융 위기 극복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근혜 정부의 초대 국무조정실장을 맡은 당시에는 국정과제 점검체계인 ‘신호등 평가제도’를 만들고 규제비용총량제를 도입했다.

그의 개혁적 성향이 가장 여실히 드러나는 주요 정책은 ‘비전2030’이다. 노무현 정부가 2006년 발표한 경제발전계획인 이 마스터플랜은 경제 패러다임을 ‘선(先) 성장 후(後) 분배’에서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동반 성장’으로 전환하고, 복지 국가로의 변신을 위한 세부 과제가 담겼다. 단기적 예산편성만 해오던 상황에서 처음으로 20여 년에 걸친 장기 재정계획을 세운 것이어서 당시에도 파격적인 성과로 꼽혔다. 김 지사는 당시 기획예산처 전략기획관으로서 계획 수립을 주도했다. 하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세금폭탄’ 논쟁을 시작으로 보수와 진보의 진영논리 다툼, 이념 논쟁 등이 벌어지면서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좌초됐다.

김 지사가 국무조정실장을 끝으로 잠시 공직을 떠난 뒤 수차례의 입각 제의에도 움직이지 않다가 문재인 정부의 경제부총리 제안을 수락하게 된 이유도 비전2030과 연관이 깊다. 해당 보고서가 문 대통령의 선거 캠프에서 정책 구상에 적극 검토됐다는 점이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총리로 취임한 그는 혁신성장을 모토로 한 정책 추진에 나섰지만, 청와대의 ‘소득주도성장’ 기조와 상충되면서 정부와 청와대 사이의 갈등이 표출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 ‘대한민국 금기깨기’에서 “우리의 경제 패러다임을 바꿔보자는 꿈은 이루지 못했다. 풀어야 할 숙제를 마치지 못한 무거운 부담감이 내내 마음을 짓눌렀다”고 소회를 밝힌 바 있다.

정권과 각을 세우면서도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있어 소신을 굽히지 않은 면모가 국민의 지지를 받으면서 경제부총리 퇴임 이후 줄곧 대권 주자로 거론됐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새로운물결’을 창당해 대선에 출마했다가 대선을 일주일 앞둔 올해 3월 2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단일화했다.

△1957년 충북 음성 출생 △덕수상고 △미국 미시간대 정책학 박사 △제6회 입법고등고시·제26회 행정고등고시 합격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프로젝트 매니저 △기획예산처 재정정책기획관 △대통령실 경제금융·국정과제 비서관 △기획재정부 제2차관 △국무조정실장 △아주대 총장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제36대 경기지사



저소득층 학생에 해외연수, 中企엔 수출보험… 31개 시·군 맞춤형 지원

■金 지사의 도정 구상


김동연 경기지사의 민선 8기 도정 키워드는 ‘기회’다. 도내 청년과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각계 주체에 보다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환경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아주대 총장 경험 토대로 청년지원책 구상=김 지사는 청년 지원에 있어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경기청년찬스’ 시리즈를 준비 중이다. 청년층이 자신의 힘으로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기회를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경기청년찬스는 ‘경기청년학교’ ‘경기청년사다리’ ‘경기청년갭이어’ 등 3개의 신규 사업으로 구성됐다. 경기청년학교는 아주대 총장 시절 수강생이 수업과목을 제안할 수 있도록 시행한 ‘파란학기제’의 확장형이다. ‘경기청년사다리’도 역시 저소득학생을 대상으로 해외 대학 연수를 지원한 아주대의 ‘애프터유’ 사업이 골격이다. 모두 김 지사가 구상한 정책들이다.

◇삼고(三高)위기 맞서 약한 경제주체 지킨다=김 지사는 고물가·고유가·고금리 등 경제위기 대응을 위한 민생대책특별위원회를 꾸렸다. 농어업인,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 경제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지원을 집중하면서 생활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지원이 시급한 대상부터, 당장 시행이 가능한 것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1일 취임 후 처음 결재한 ‘비상경제 대응 민생안정 종합계획’도 이를 토대로 3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이와 함께 도내 31개 시군 특성에 맞는 지원을 체계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예산 확보다. 민생회복 대책은 우선 농어업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수출보험지원’ ‘수출기업 물류비 지원’ ‘농어업인 면세유 및 물류비 등 지원’ ‘비료 가격안정 지원’ 등에 예비비 600억 원이 충당된다. 소상공인을 위한 ‘고금리 대환 및 저금리 운영자금 지원’ ‘소상공인 대환 자금 지원’ ‘재도전 희망특례 보증지원’에는 무려 3198억 원(국비 1077억 원·도비 2121억 원)이 소요된다.

◇경기북부 특별자치도 설치 여부 관건=김 지사는 지난 지방선거 때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경기북부 특별자치도 설치’를 약속한 뒤 경기도청 내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이행 방안을 찾고 있다. 경기북부 특별자치도 설치 구상은 공론화위원회를 만든 뒤 주민 투표를 거쳐 입법화하는 게 골자다. 여론 수렴을 통해 당위성을 확보한 뒤 법적 근거를 마련해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중첩규제에 따른 보상이 아닌 성장 잠재력을 현실화하겠다는 게 이전과 다른 접근법이다. 김 지사는 ‘분도’ 대신 ‘경기북부 특별자치도’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나아가 경기북부가 대한민국 성장의 중심지로 도약하는 기반을 만들겠다고 한 만큼 지속가능성을 담보로 한 경기북부의 지역별 발전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것이다.

수원=박성훈 기자
이제교
박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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