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의 클래식



바흐 ‘G선상의 아리아’

바이올리니스트 빌헬미 편곡
네줄 중 G현으로만 연주 가능
차분하고 편안한 분위기 매력
드라마·영화 배경음악 인기


드라마나 영화의 배경 음악으로도 많이 쓰이는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는 온화한 템포와 마음이 차분해지는 선율 때문에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작품의 제목은 선율만큼 편하지가 않다. ‘배 위에서 연주되는 음악인가?’ ‘바이올린으로 연주되는데 왜 아리아(오페라의 독창곡)라고 불리지?’ 필자조차도 학창 시절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땐 제목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G선상’과 ‘아리아’라는 두 단어 간 조합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원곡 제목은 바흐의 ‘Orchestral Suite No. 3 in D major BWV 1068 - Air’다. 해석하자면,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번 라장조 중 2악장 아리아’로 바흐가 작곡한 관현악 모음곡 3번 중, 부제가 ‘아리아’인 작품의 두 번째 악장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한 ‘G선상의 아리아’라는 바이올린 작품은 이 작품의 편곡 버전이다.

그러니까 원래는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중 한 작품을 19세기 후반, 독일의 명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트 빌헬미(August Daniel Ferdinand Victor Wilhelmj, 1845∼1908)가 피아노 반주를 곁들인 바이올린 독주곡으로 편곡한 것이다.

빌헬미는 바흐의 원곡보다는 조금 더 느리고 차분한 분위기로 편곡하고 싶었다. 그래서 라장조의 작품을 한 옥타브 이상 낮은 다장조로 조바꿈해 편곡하게 된다. 바이올린에는 총 네 개의 줄이 있는데 그 네 줄 가운데 가장 낮은 현이자 저음과 고음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현이 G현이다. 원곡에서는 A현 위주로 연주되던 곡을 빌헬미는 조바꿈을 통해 가장 낮은 현인 G현으로 연주할 수 있었는데, 대중은 단 한 줄로만, G현 선상에서만 연주되는 퍼포먼스에 열광했고 차분하고 편안해진 작품의 분위기에 매료됐다. 이후 이 작품은 ‘G선상의 아리아’라는 새로운 별칭을 얻게 됐고 바흐의 원곡보다 오히려 더 유명해지게 됐다.

제목에 등장하는 ‘아리아’는 이탈리아어로 서정적인 선율, 공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 프랑스어로는 에르(air), 영어로는 에어(air), 독일어로는 아리에(Arie)라고도 한다. 종합해 제목의 의미를 정리하자면 ‘G선으로만 활을 켜 연주하는 서정적인 선율, 바이올린이 노래하는 감미로운 아리아’라고 할 수 있다.

원곡인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BWV 1068은 바흐의 자필 악보가 분실돼 작곡 연도나 작곡 동기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바흐의 나이 45세쯤, 약 1730년쯤에 작곡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작품은 오랜 세월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가 ‘G선상의 아리아’로 인해 재조명받게 됐고 이후 큰 인기를 얻게 됐다.

모음곡(Suite)은 흔히 조곡(組曲)이라고도 표기되고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일본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지양돼야 한다. 모음곡이란 짧은 길이의 소품들을 묶은 작품의 형식을 뜻한다. 대개는 3곡에서 8곡으로 구성돼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12곡의 대규모로 구성되기도 한다. 영어식 표기로 스위트(Suite)라고도 불리는데 호텔의 스위트룸을 수식할 때와 그 의미가 같다. 호텔의 스위트룸이 방과 응접실, 욕실과 같은 여러 개의 방으로 구색을 갖춰 이뤄진 것처럼 모음곡 역시 각기 다른 형태의 춤곡 양식들이 합쳐져 이뤄져 있다.



바흐 시대의 모음곡은 독일풍의 춤곡인 알망드(allemande), 프랑스풍의 쿠랑트(courante), 스페인풍의 사라방드(sarabande), 영국풍의 지그(gigue)를 주요 악장으로 하며 이외에도 미뉴에트, 부레, 가보트, 파스피에, 폴로네즈, 리고동의 다양한 춤곡이 사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19세기 이후에는 모음곡의 작곡 방법이 자유로워져 발레나 오페라, 극음악 등에 등장하는 관현악들을 모아서 모음곡의 형태로 편곡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차이콥스키의 ‘발레 모음곡’, 비제의 ‘카르멘 모음곡’, 그리그의 ‘페르 귄트 모음곡’ 등이 있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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