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헌법과 정부조직법 및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등에서는 대통령에게 인사권을 부여하고 이를 통해 국정 운영의 틀을 마련토록 하고 있다. 대통령은 5년 임기 동안 국가원수이면서 행정수반으로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9000여 직위의 인사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역시 대통령 중심제인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공직자 리스트인 ‘플럼북(Plum Book)’을 대선이 끝나는 시기에 맞춰 4년마다 발간해 새 정부의 인사 지침서로 활용한다.
그 반면, 우리나라는 법 형식과 행정 현장의 충돌로 인한 형식주의 폐해로 체계적인 통솔이 어려우며, 매우 큰 불협화음이 정권교체기마다 반복되고 있다. 국회나 사법부와 달리 행정부는 국정 운영의 설계와 집행을 담당하는 만큼 이를 책임지도록 선출된 권력인 대통령의 국정 과제 수행을 위해 인사 권한이 행사돼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바뀐 지 두 달이 지났는데도 임명권자가 다르고 성향이 다른 기관장이 여전히 임기제라는 보호막 속에 버티는 사례가 많다.
물론 방송통신위원회나 국민권익위원회 등 장관급 중앙기관장의 임기제를 제도화한 논리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위원회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함으로써 국민의 권익 보호와 공공복리 증진을 목적으로 하기에 기관장의 임기제를 법률로 규정했다. 중앙정부의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공공기관 역시 법률로 기관장의 3년 임기제를 보장하고 있다.
‘나무는 보고 숲을 보지 못한’ 결과 대통령의 국정 수행 동력이 떨어지고 공약 실천은 물 건너가게 된다. 정권 초기 전임 정부와 국정 철학이나 정책 방향이 다른 경우, 고위직의 직무 교체는 당연하다. 이에, 국회의 절대다수를 점하는 야당이 대통령의 임기에 기관장의 임기를 맞추는 법률을 제정하자고 하자 여당도 적극 호응하고 나섰다. 물론 각론으로 들어가면 문제가 많을 것이다. 실제로, 대통령 임기는 5년이지만 인수위원회를 통해 인물을 발굴하고 국회 청문회를 거쳐서 장관급 공무원을 보임하는 과정에 지뢰밭이 산재해 있다.
이미 윤석열 정부에서도 다수의 후보자가 낙마하고, 다수의 인물이 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임명되지 않았나. 정부 고위직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장도 마찬가지다. 자율 경영, 책임 경영을 위해 도입한 임기제를 대통령 임기와 일치시키는 방안을 실제로 운용함에 있어 시차의 문제 등 극복해야 할 과제가 한둘 아니다. 또한, 상업적 목적의 공기업들과 정부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준정부기관이나 출연연구기관 등과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논리도 균형을 잡아야 한다.
그런데도 이제는 좀 더 실질적인 국정 운영의 체계화를 위해 법체계를 혁신해야 한다. 기관장 임기 일치제의 정신은 대통령의 인사에 대한 책임성을 높이고, 권한의 자의적 남용을 막자는 데 있다. 자칫 잘못하면 새 집권 세력의 ‘낙하산 합리화’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도 있다. 여야 모두 ‘기관장 임기일치 특별법’을 제안·공감하는 만큼 권력교체기의 인사 난맥상을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우선 이 법안의 대상 직위가 어디까지인지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예외를 어느 정도나 인정해야 하는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민은 일하는 정부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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