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 종로구에서 점심 시간을 맞은 시민들이 한 식당가를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역 인근의 한 백반집.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다양한 반찬을 제공해 한국외대생과 경희대생들이 자주 찾는 이 집은 최근 국, 멸치 등 고정적으로 나오던 밑반찬 6가지 중 한 가지를 뺐다. 대학생 시절부터 회기역에서 살아온 김모 씨는 “2010년부터 종종 찾던 집인데, 최근 반찬 개수가 줄어드는 걸 보고 놀랐다”며 “식당 주인아저씨에게 물어보니 ‘대학생 주머니 사정도 뻔한데 가격을 더 올릴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반찬을 뺐다’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최근 식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원가가 뛴 반찬을 아예 구성에서 빼버리거나 손님에게 리필해주지 않는 음식점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shrink+inflation) 현상이다. ‘슈링크플레이션’이란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제품의 크기나 수량을 줄이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일종의 ‘간접 가격 인상’인 셈인데,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손님들의 주머니 사정도 고려해야 하는 외식업계의 고민이 반영됐다.
실제 한 달 사이 140% 넘게 뛴 상추 가격 탓에 채소 리필을 금지하는 고깃집, 돼지고기 장조림을 달걀 장조림으로 대체해 원가를 낮추는 식당 등도 있다. 식당 주인들은 가격을 1000∼2000원씩 올리는 것보다 이런 방식이 손님 지키기에 유리하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슈링크플레이션이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물가 대책이 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손님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는 가게라고 생각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오래갈 수 없는 대책으로, 언젠가는 가격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경향에 따라 외식업계가 일본처럼 기존의 밑반찬 제공 방식에서 벗어나 주문한 반찬 수대로 값을 받는 방식으로 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