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했습니다- 어수민(33), 어 예카테리나(여·31)



저(수민)와 아내는 러시아에서 한글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악인인 저는 한국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해 러시아에 왔어요. 와서 보니 이곳에는 한국 전통문화를 전공한 사람이 없더라고요. 한국 동포들이 전통문화를 배우려 해도 배울 곳이 마땅치 않아 포기하는 일이 많았고요. 그래서 쉽게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한글학교를 열었고, 그 과정에서 통역사인 아내가 여러 방면으로 저를 도와줬죠.

저와 아내의 첫 만남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때 저는 국악 강사로 러시아에 왔어요. 러시아어를 전혀 못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과감한 선택이었죠. 어느 날, ‘한민족 큰 잔치’라는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함께 간 친구들은 능숙한 러시아어로 온갖 전통 체험을 즐겼는데, 저는 그러지 못해 구석에 서 있었죠. 그때, 아내가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유창한 한국어로 “좀 도와드릴까요?”라고 물었습니다. 아내 덕분에 그날 행사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그날 지켜보니, 아내는 어디서나 모임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더라고요. 주변에는 항상 친구들이 모여있고요. 그런 아내에게 호감을 느꼈습니다.

첫 만남 일주일 뒤, 아내를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함께 저녁을 먹다가 제 마음을 고백했죠. 아내는 생각해보겠다고 대답했습니다. 기대한 것보다 미적지근한 반응이었죠. 그렇게 친구로 지내기를 한 달, 저희 관계는 점점 가까워졌습니다. 이제 막 친구 이상으로 발전하려는데, 아내가 몇 주간 한국 여행을 떠나게 됐죠. 오래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불안해진 저는 다시 한 번 고백했습니다. 이번에는 아내가 제 마음을 받아주었어요. 사귄 첫날, 아내는 한국 여행을 가는 김에 혼자 제 부모님을 뵙고 오겠다고 하더라고요. 예상하지 못한 당돌한 말에 기분 좋은 웃음이 나왔습니다. 저희는 알콩달콩 4년을 연애했습니다. 그리고 결혼에 골인했죠.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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