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계파 없는 尹 지지율 취약 국민과 정책 소통마저 오작동 국정 방향보다 태도가 더 중요
尹, 진지하고 준비된 모습 보이고 정무·홍보 보좌 기능 강화 필요 與도 전대 열어 새 지도부 꾸려야
떨어지는 것은 날개가 없다더니,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그렇게 됐다. 윤 대통령은 3가지가 없는 정치인이다. 팬덤, 계파, 콘크리트 지지층. 그래서 지지율 하락에 취약하다. 지지율을 높이려면,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펴고, 국민이 바라는 소통을 해야 한다. 그런데, 둘 다 못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지율 하락을 두 가지로 해석하는 것 같다. 첫째, 전 세계적 현상이라는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30%대로 떨어졌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고물가로 인한 철도 파업 등 와중에 사임했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의회 과반을 잃었고, 이탈리아에서는 연정이 깨졌는데, 그와 비교하면 윤 정권은 안정적이라는 것. 둘째, 윤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 방향은 기본적으로 옳은데 ‘홍보’나 ‘태도’ 같은 기술적·부수적 문제로 지지율이 떨어졌기 때문에 곧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맞지만, 현실적으로는 틀려 보인다. 주변국 가운데 독재국 북한·중국·러시아는 말할 것도 없고,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 지지율도 50%를 넘는다. 윤 정부는 툭하면 “문재인 정부 때는 더 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심판받았다. 국민이 불과 5년 전 탄핵당했던 정당에 기회를 줬으면, 죽기 살기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또 정책 방향이 옳다고 하지만, 국민 다수는 윤 정부가 도대체 뭘 하려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 북한의 전술핵 미사일 전력화, 물가·환율·금리 3고(高) 등 눈앞의 안보·경제 위기를 어떻게 해결하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대선 때 공약했던 연금·노동·교육·금융·공공 개혁은 어디 갔는지 궁금해한다. 대통령 지지율 조사를 가장 오래 해온 갤럽은 윤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로 ‘인사’를 지목했다. 인사가 메시지라고 하는데, 극우 유튜버 누나나 신정아 애인이었던 변양균에게 무슨 메시지, 무슨 정책 방향이 있는 것이냐고 묻는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경제·민생을 챙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치명적 경고등이다. 실제로 챙기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마치 민생 위기 등이 별것 아닌 것처럼 말하는 태도에서 나오는 답변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열심히 한다”는 이유만으로 콘크리트 지지층을 유지했다. 국민은 정책 방향보다 태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태도가 소통의 본질인 것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윤 대통령이 국정 주도권을 유지하려면 여권을 전면 쇄신, 개편해야 한다. 우선, 윤 대통령 스스로 소통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국민에게 좀 더 소탈하게 다가가고 싶겠지만,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 출근길 문답부터 더 진지하고, 준비된 자세로 임해야 한다. 휴일에도 출근해서 옷 소매 걷고 민생을 챙겨야 한다.
둘째, 대통령실은 전면 개편해야 한다. 현재 비서실장과 5수석 진용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정치 경험이 부족한 윤 대통령을 정무적으로 보좌하면서 당정 관계를 주도할 인물이 필요하다. 또 대언론, 대국민 소통의 양과 질도 늘리고 높여야 한다. 비서실장과 안보실장, 홍보·정무·경제·사회수석, 대변인은 필요할 때 방송에도 출연해 이슈를 주도해야 한다.
셋째, 여당도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매일 아침 문답에서 그날의 화두를 던지는데, 여당에서는 받쳐주는 의원이 거의 없다.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이 총력을 다해 윤 대통령 메시지를 비난한다. 당정이 잡아야 할 의제·방향 주도권을 오히려 야당이 가져간다. 그러니 지지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새 지도부를 구성해 적극적으로 윤 정부를 지원하고, 국회에서 거대 야당을 이끌어야 한다. 원내대표가 대표 직무대행을 겸하는 체제로 6개월을 더 간다면, 국정 동력을 찾기 어렵다.
이준석 대표 경찰 수사 발표를 기다렸다가 결과에 따라 전당대회를 열 수도 있다. 그보다는 이 대표를 설득해 사퇴하도록 하고, 새 지도부를 구성하는 것이 옳다. 이 대표도 새 출발을 하려면, 당이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 광복절이 윤 대통령 취임 100일 즈음이다. 그 전까지 대통령실과 여당 개편을 가시화하고,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 국민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심기일전의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그래야, 윤 대통령 지지율에도 날개가 돋아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