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니스와프 렘(사진)은 과학소설(SF) 문학 계보에서 허버트 조지 웰스와 카렐 차페크를 잇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웰스는 1895년 발표한 ‘타임머신’을 통해 문학사상 최초로 시간여행에 나선 인류를 묘사했으며, 차페크는 1921년 초연한 연극 ‘로봇’의 희곡 ‘R.U.R’에서 로봇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다. 정보라 작가는 “웰스가 SF의 아버지라면, 차페크는 로봇 SF의 원조”라며 “두 사람은 뒤이어 등장한 모든 SF 작가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1946년 장편 ‘화성에서 온 인간’으로 등단한 렘은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C 클라크, 필립 K 딕, 로버트 A 하인라인 등과 동시대에 활동하며 SF의 지평을 넓혔다. ‘로봇과 제국’ ‘파운데이션’ 등을 쓴 아시모프는 인공지능(AI) 로봇을 주제로 한 작품을 많이 썼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로 유명한 클라크는 인류의 역사적 진화를 SF 장르에 녹였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와 ‘마이너리티 리포트’ 원작자인 딕은 암울한 미래상과 인간이 겪는 정체성 혼란 등 훗날 SF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제의식의 기반을 닦았다. 하인라인은 ‘여름으로 가는 문’ 등을 통해 SF 3대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들과 구별되는 렘의 특징은 종교철학적 관점을 SF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가상의 책에 관한 서평을 모은 ‘절대 진공’과 ‘주의 목소리’ 등은 ‘인간 세계를 시뮬레이션하는 프로그래머나 다름없는 신을 숭배해도 괜찮은가’라는 도발적 질문을 던진다.
웰스와 차페크에서 렘·아시모프·클라크 등으로 이어진 SF 계보는 훗날 어설라 르 귄, 안제이 사프콥스키 같은 스타를 배출했다. ‘어스시’ 시리즈를 쓴 르 귄은 SF에 판타지를 접목해 사랑받았으며, 사프콥스키는 넷플릭스 드라마로 만들어진 환상 문학 ‘위쳐’에서 중세를 배경으로 방대한 세계관을 펼쳐 보였다.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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