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 어흥, 110×160㎝, 천에 프린팅, 2022.
김도영, 어흥, 110×160㎝, 천에 프린팅, 2022.

이재언 미술평론가

한 시간짜리 짧은 특강, 그 속의 짤막한 한마디 말이 평생의 가르침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군 복무 시절, 한글학자 한갑수 선생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한글의 우수성을 역설한 그의 열강이 지금도 귀에 선하다. 아쉬운 것은 우수성과 독자성에 걸맞은 예술적 완성도라는 말씀, 가슴 깊이 새기며 살고 있다.

남산 한옥마을 전시장에서 한옥을 입은 한글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우주를 담은 한글과 한옥을 이렇게 하나로 결합한 발상이 참신하다. 한국화가 김도영의 작품들이다. 아마도 병인년 호랑이해를 기념한 작품 같은데, ‘어흥’이라는 표음 또한 기발하다. 한글을 배우는 아이들에게도 교육적 효과를 기대케 한다.

현재 사용 중인 한글 자모 24자 외에도 창제 당시의 글자들까지 모두 한옥을 입혔다. 이러한 발상은 한글이 소리글자이면서도 우주의 원리를 담은 문자임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자모 글자별로 크고 작은 활판들이 구비돼 다양한 연출과 표현이 가능하다. 온 세상으로 널리 비상하는 우리 글자의 미래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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