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교육부 등 관계 부처에 직접 주문한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방안’ 윤곽이 19일 대통령 업무 보고를 통해 드러났다. “10년간 15만 명의 반도체 인재를 배출하겠다”는 정부의 야심 찬 계획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로드맵, 다양한 가치와 균형을 이루기 위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 발표의 핵심은 2031년까지 직업계고·전문대학에서 5만9000명, 대학 학사급에서 6만1000명, 석·박사급에서 3만 명 등 총 15만 명의 반도체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 학과 정원만 최대 5700명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대학 학부에서는 2000명 정도의 증원이 예상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대학이 관련 학과 신·증설 시 교원확보율만 충족하면 학부 정원을 늘릴 수 있도록 했다. 첨단분야 겸임·초빙교원의 자격요건도 완화하고, 기존 학과의 정원을 한시적으로 늘릴 수 있는 ‘계약정원제’도 도입한다.

향후 대규모 반도체 인력을 배출하겠다는 ‘목표’는 분명하지만, 구체적 실현 방법 및 부작용 해소에 대한 의문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반도체 학과가 갑작스럽게 신·증설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교원 확보 방안과 인력 증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시설 및 연구 장비 확보 방안 등이 빠져 있다. 향후 반도체 인력 과잉 공급이 불러올 문제와 신입생의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인한 지방대 소외 등에 대한 대책도 보이지 않는다. 교육계에서는 “대통령 한마디에 부처들이 대학 정원 늘리기 등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는 데 급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반도체 인재 양성에 투입할 예산 규모도 아직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의식한 듯 윤 대통령이 주재하는 ‘인재양성전략회의’를 신설하겠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의 지시(6월 7일 국무회의) 후 43일 만에 나온 이번 대책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인지현 사회부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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